[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31일 가슴에 검은 추모 리본을 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 어귀에 운집한 취재진을 인도 끝 연석까지 물렸다.
국과수 관계자는 “인도까지 감식 대상이기 때문에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서 인도와 차도 경계에 주황색 경찰통제선을 쳤다.
이번 참사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과 국과수는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오후 2시 20분부터 약 1시간 50분간 합동 감식을 했다.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이렇게 인명피해가 커졌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한 첫 단계다.
폭 3.2m, 길이 45m의 골목은 참사가 발생한 당시 그대로 보존됐다. 골목 양쪽에 쌓인 쓰레기 더미로 골목은 더 좁고 초라해 보였다.
덩그러니 남은 주황색 호박 모양의 핼러윈 랜턴만이 이곳이 이틀 전 젊은이들이 한껏 들떠 활보하던 핼러윈 축제의 현장이었음을 증명했다.
고통을 호소하던 희생자들의 절규로 아비규환이었던 골목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을씨년스러운 공기로 가득했다.
흰 전신 보호복을 입은 감식반 관계자들은 각종 장비를 들고 이 골목과 T자 모양으로 만나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까지 부지런히 오갔다.
한 직원은 골목 어귀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3차원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사건 현장을 컴퓨터상에서 3차원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이 직원은 “현장 저장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캐너를 약 3분 간격으로 골목 안쪽으로 옮겨가며 곳곳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감식반은 골목 경사도도 다시 측정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해당 골목의 경사도가 10%라고 알려졌지만 더 정밀하게 경사도를 재기 위한 작업이다.
감식반은 작업 중 ‘어떤 것에 중점을 둔 감식이냐’는 등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감식이 끝나고서 “종료됐다”는 사실만 알렸다.
이날 감식 결과는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의 참사 경위 파악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