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154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압사 참사’처럼 군중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미국 국민들의 공중보건을 책임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여행자 행동 지침을 자세히 마련해 두고 있다.
특히 ‘군중 쏠림’(stampede) 혹은 ‘군중 압착’(crowd crush)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주의사항도 포함돼 있다.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경우 사람이 급하게 한 쪽으로 몰려가며 생기는 쏠림 보다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서 발생하는 압착에 가깝다.
CDC는 이 같은 상황에서 몸을 보호하고 생존하려면 어떤 행동부터 취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안내하고 있다.
먼저 두 손은 복서처럼 몸 앞으로 모아 가슴을 감싸는 동작을 취해야 한다.
군중이 좁은 공간으로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는 사람이 많을수록 군중의 압력이 커지고 폐가 팽창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만큼, 갈비뼈 주변을 둘러싸 보호하고 호흡을 위한 최소한의 틈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사인 대부분이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추정되고 있다.
발에 힘을 주고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중이 움직이는 방향에 맞서 저항하려 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떠밀리는 힘이 강해져 넘어질 경우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끼리 서로 밀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잠시 기다렸다가 움직임이 잠잠해졌을 때 이동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
군중을 빠져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각선으로 군중을 가로질러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방법으로도 빠져나가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CDC는 조언했다.
혹시나 넘어졌다면 공처럼 몸을 웅크려 머리나 가슴 등 중요 신체 부위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 상태로 침착함을 유지했다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최대한 빠르게 일어서야 한다.
이후 다시 안전한 자세를 취해 군중 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