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교통공사·상인회와 진실공방
‘적극적 사과’ 기관 없어…野, ‘정부 책임론’ 띄우기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안전관리가 미흡해 156명의 생명을 잃었는데도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는 책임을 회피하고 ‘네탓 공방’을 벌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야당은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지만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고 있다.
1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는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책임소재 규명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관계 기관들은 자칫 불똥이 튈까봐 책임회피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용산경찰서는 전날 서울교통공사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요청을 놓고 공방을 벌인데 이어 이날 이태원지역상인회와 ‘현장통제’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용산경찰서는 서울교통공사와는 참사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사 측은 당시 참사 발생 약 1시간 뒤에 112 상황실을 통해 무정차 통과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반박했다.
용산경찰서는 또 이태원 지역 상인회가 참사 사흘 전 찾아와 현장 통제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회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권내에서도 “책임장관으로서 할 수 없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여론에 밀려 뒤늦게 사고 했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서 사고 발생한 것처럼 그 원인을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국가 애도 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부를 겨냥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행정참사가 분명한데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사태 원인이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는 주장을 개인 SNS에 개진했다가 논란이 되자 글을 삭제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장관 파면을 주장한 데 이어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하고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네 탓 공방이 과열되면서 사고의 근본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있을 때마다 정치문제로 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