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모든 안전관리 매뉴얼 재점검” 지시
참사 4시간전 112신고 잇따라…늑장보고도 피해 키워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전 경찰이 시민들의 통제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참사가 단순 사고가 아닌 사회 안전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인재’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중밀집 인파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하는 등 관리체계 정비를 예고하면서 향후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후속조치로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10일부터 한 달 동안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오는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열고 대규모 인파관리 방안 등 현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후속 조치와 관련해 “이번 기회에 모든 안전관리 매뉴얼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시정이 필요한 부분은 즉시 개선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과 진상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본격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수습해야 했던 관계 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당일 오후 6시34분 ‘압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첫 신고를 시작으로 최소 11건이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로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골목에 몰린 사람들을 해산시켰지만 길을 차단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허술한 대응에 늑장 보고와 안일한 상황 인식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는 오후 10시15분 시작됐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후 11시20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11시36분), 윤희근 경찰청장(익일 오전 0시14분) 등 정부 지휘부는 뒤늦게 사태를 인지했다. 최초 신고가 오후 6시30분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 공유가 더 빨라졌을 수 었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 소방 당국, 경찰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4일 오전 중대본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참사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됐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총 1조5000억원을 들여 구축하기 시작해 지난해 완료된 이 시스템은 이번 압사 참사 발생 후 119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15분보다 1시간26분 후에나 활용됐다, 가장 빠르게 움직였어야 할 용산재난상황실은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43분이 돼서야 재난통신망으로 통화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역시 30일 오전 2시38분이 첫 통화였다.
현장 지휘를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은 삼각지역 대통령실 부근에서 벌어진 집회 관리 근무 후 오후 10시께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정체로 더는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리단길 등을 통해 우회 진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엔틱가구거리까지는 직선거리 900m 정도로, 도보로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용산경찰서장이 차량 이동을 고집하면서 무려 55분 이상 걸렸다. 이 과정에서 차량 밖으로 나온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참사 직전 시민 신고를 묵살하는 등 경찰 조직의 초동 대처 실패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시스템(CPS), 지능형 CCTV, 드론 등 최신 과학기술로 확보된 다중 밀집도 등의 디지털 정보를 사고 위험은 대응을 담당하는 기관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재난 문자 등의 형태로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