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내년까지 4130억 규모 투자 집행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앞세워 하반기 실적 개선을 노린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서버 등 고성능 반도체 활용이 늘면서 고부가 FC-BGA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1~3월 FC-BGA 등 반도체 기판 담당 패키지솔루션사업에 1675억원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1년 전(967억원)과 비교해 1.7배가량 늘었다. 전체 시설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3%에서 69.8%로 커지며 핵심 사업으로 올라섰다.
삼성전기는 2021년 FC-BGA 생산기지인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국내 부산·세종 사업장에도 총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총 투자 가운데 1조9000억원 대부분은 FC-BGA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된다.
삼성전기는 FC-BGA 제품 라인업도 확대한다. 지난해 11월 서버용 FC-BGA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자율주행(ADAS)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전장용 FC-BGA도 개발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서버용 기판 추가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버용 기판은 중장기적으로 챗GPT 같은 AI 모델 등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도 지난해 2월 FC-BGA 시장에 진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2월 FC-BGA 사업·개발 담당 등 입원금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FC-BGA 시설·설비에 2024년까지 4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후속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핵심 고객사인 애플(카메라모듈 납품)에 치중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한편,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은 고부가제품인 FC-BGA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시스템 패키지(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기판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전자에서 인수한 22만㎡ 규모의 구미4공장에 FC-BGA 생산라인을 구축,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9조88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64억달러(20조2540억원)로 연평균 9%가량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