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투쟁' 탓 운항 거부? 고객 가치 최우선해야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2023년 7월 16일 12시 5분 출발 호치민(SGN)-인천(ICN) OZ732편 결항 안내 드립니다. 사유: 항공기 연결(조종사 노조 단체 행동으로 인한 결항)."
임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던 민주노총 산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기어이 사달을 냈다. 지난달 7일 오전 10시부터 항공유 과다 사용·과도한 정비 요구 등 소위 '준법 투쟁'에 나서 고의적으로 운항 효율을 저해하더니 결국 비행편 취소라는 파국을 이끌어낸 것이다.
회사 측은 "조종 인력 섭외에 실패했다"며 기민하게 움직여 발이 묶일 뻔한 인천-베트남 호치민 간 2개 비행편의 승객 296명을 자사 후속편과 타사 항공편에 안내해 가까스로 피해를 최소화 했다. 사전 공지를 했음에도 찾아온 탑승객들에게 공항 근무자들은 자기 잘못도 아님에도 머리를 조아리며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비정상 상황 발생 대비 기장의 우측석 탑승 운영으로 인한 U 듀티 코드 신설'이라는 내규 개정을 통해 기장끼리 근무조를 편성함으로써 조종사 노조의 단체 행동에 대응하고 있다.
현장 사정은 이럴진대, 10%대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사측이 '2.5% 룰'을 제시하자 임금 단체 협상 결렬을 이유로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극 성수기의 시작인 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건 우연이 아니다.
지난 15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의 투쟁 탓에 국내선 8편 결항, 국제선 19편·국내선 39편 지연 등 총 66개편이 운항 차질을 빚었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욱 많은 비행편이 취소 또는 지연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이는 곧 조종사 노조가 아시아나항공을 믿고 예매한 고객들의 스케쥴을 인질로 잡고 밥그릇 투정을 이어나가 회사를 협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함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은 덤이다.
그러잖아도 각종 사건·사고로 뒤숭숭한 회사 내부 상황이 어떤지는 이재에 밝은 노조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 만큼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말 부채 비율은 2013.9%이고, 총 부채는 12조8146억원라는 점도 모를 수가 없다. 진작 공중 분해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회사지만 한국산업은행의 하드 캐리 덕에 겨우 연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판국에 연봉 타령을 하며 운항 거부에 나서 하투에 돌입하는 것은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과자 하나 사달라며 땡깡 부리는 어린 아이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2019년 9155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8248명으로, 코로나19를 겪으며 907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처럼 사세가 쪼그라드는 와중에 집단 이기주의에 함몰된 조종사 노조는 상급 단체 민주노총의 고약한 심보를 닮았는지 회사 수익성 악화의 원인을 제공하며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공사는 역대 연봉자들의 집합체인 조종사 노조로만 이뤄진 것도, 운영되는 집단이 아닌 전형적인 B2C 서비스 기업이다. 그런 조직의 일원이라면 모름지기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