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우려에 업계 촉각…소비자 체감 우유 물가 9년 만 최대치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유업계가 원유 가격의 잠재적인 상승으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우유 출고가격 상향으로 이어진다. L당 69~104원 범위에서 원유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까지 가해지자 올 하반기 유가공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원유 가격을 놓고 낙농가와 유업체 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양측 대표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이날 인상률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인상폭을 확대하려는 낙농가와 이를 좁히려는 유업계 사이에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협상 기한은 이미 지난달에서 이날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과거에도 원유 가격 인상 예정 시점인 8월 1일을 넘겨 협상이 마무리된 사례가 있다.
관건은 ‘인상폭’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마시는 흰 우유 제품과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빵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원유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유업계를 비롯한 빙과‧베이커리‧카페 등 관련 업계 전반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흰 우유 1L가 3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우유 물가는 이미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5월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중 우유 물가는 전년 동기비 9.1% 오른 116.59다. 2014년 8월(11.4%)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과 비교하더라도 우유 평균 대비 상승폭은 약 2.7배 불어났다. 치즈(10.5%), 발효유(13.1%), 베이커리류(11.5%)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우유 원유 기본가격은 1L당 999원으로 올랐다. 기본 가격은 L당 49원 올리고, 지난해 원유가 인상이 늦게 결정된 점을 고려해 L당 3원 추가로 지급하기로 해 실질적으로 1L당 52원 올랐다. 해당 인상 폭은 지난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당시 유업체들은 곧바로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올려 잡았고, 우유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요거트, 발효유, 빵 및 제과류를 비롯해 카페업계 전반의 줄인상이 이뤄졌다.
설상가상 라면에 이어 유업계도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이 시작돼, 실질적인 우유 가격 변동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업계와 잇따른 간담회를 열며 전방위로 압박할 시,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첫 타자는 ‘매일유업’이다. 컵커피 제품 14종의 가격을 내달 1일부로 100∼200원 인하할 예정이다. 편의점가 기준으로 매일 카페라떼마일드컵(220㎖) 등 3종은 기존 2200원에서 2100원으로, 바리스타에스프레소(250㎖) 등 5종은 각각 2700원에서 2600원으로 가격이 인하된다. 3200원이었던 바리스타바닐라빈라떼(325ml) 등 6종 가격은 3200원에서 3000원으로 200원 내린다. 다만 매일유업 측은 “최근 국제 원두값 안정화에 발맞춰 가격 인하를 결정한 것이며, 현재 원윳값 협상은 진행 중으로 우유 가격과 이번 인하안은 관련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윳값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은데다 유업체가 올리는 것은 소비자가격이 아니라 출고가로,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판매처이기에 흰우유 가격의 변동률을 명시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소비자 물가 안정 동참 요구 또한 내부적으로 세심히 검토하고 있지만, 경영제반 비용 상승 및 인구 감소 등 업황 불황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