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발전 유도해야" vs "시장에 맡겨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했으나 고질적인 지역별 부동산 양극화는 여전한 상황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 시장과 주택 매매 시장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에서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490만원이다. 5개 광역시는 4억4135만원, 기타 지방은 2억6577만원으로 서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서울과는 10억2933만원이 차이나 5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지난 2021년부터는 서울과 지방이 10억원 이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서울은 2억382만원에서 2023년까지 10억9108만원이 올랐지만, 지방은 6551만원에서 2억원 남짓 오르는데 그쳤다.
이같은 차이는 청약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달 분양을 마친 21개 단지 가운데 모집을 채운 단지는 10개 단지다. 이 중 수도권에 6개 단지(서울 3곳·경기 2곳·인천 1곳)가 몰렸다. 서울은 3개 단지에서 일반분양 205가구 모집에 2만5067건이 접수돼 1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이외 지역은 18개 단지, 9265가구 모집에 4만9241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5.3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지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물량 6만8865가구 중 84.3%인 5만8066가구 지방에 몰려 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전체 8892가구 중 81.8%인 7276가구가 지방에 위치했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균형 발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지방에 악성 미분양이 발생하면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일부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양극화는 가격의 문제가 아닌 삶의 질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지방 산업을 활성화시켜 소득기반을 만들어주고 지방에 살아도 삶의 질이 높더라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혁신도시를 조성해서 특정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을 수요자들이 지방에 살아도 괜찮다는 니즈를 만들어줘야 양극화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계속해서 규제를 손보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건설사들도 할인 분양 등 자구책을 내고 손해를 안고 가야하는데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호주나 캐나다, 영국 등 외국에서 시행 중인 빈집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교토시가 빈집세 부과를 위해 ‘비거주 주택 활용 촉진세 조례안’을 통과시켜 이르면 2026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잠재적인 매물 확보를 통해 젊은층의 주택 마련과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