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고전…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겹치며 침체 장기화
매출 늘어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늘어 적자폭 여전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전망이 어둡다. 연이은 이용자 이탈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넷플릭스에 밀리면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누누**·**몬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업계 3사는 2019년 출범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데다가 이용자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의 안드로이드·iOS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OTT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142만명 △티빙 519만명 △웨이브 395만명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이용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이용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공고해지면서 국내 OTT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데, 매출이 성장세를 보여도 제작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티빙의 지난해 매출은 2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1192억원으로 동기간 56% 증가했다. 웨이브 역시 지난해 매출은 2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손실은 1217억원으로 1년 전(558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왓챠는 지난해 영업손실 555억원을 기록하며 4년째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등장으로 이용자 이탈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n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콘텐츠를 무단 도용해 업계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OTT·방송사 등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에 따른 저작권 피해 규모를 4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콘텐츠 부가 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피해 상황을 감안, 국회는 지난달 '온라인상 불법정보 및 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골자로 한 ‘누누** 방지법’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불법 운영자 검거를 위한 국제 공조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곳곳에선 합병설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왓챠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LG유플러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 5월 인수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1·2위 OTT 사업자인 양사의 각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CJ ENM은 지난 10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타 플랫폼 합병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보니 현재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하반기엔 티빙 자체 콘텐츠 및 서비스 고도화에 힘쓸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거대 토종 OTT'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OTT 사업자 간 전략적 제휴나 추가 인수·합병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9일 김선미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교수 등이 '방송통신연구'에 게재한 '동영상 OTT 플랫폼 사업 전략과 정책 방향-전문가 델파이 분석'에 따르면, 전문가 16명은 국내 OTT 사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가적인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동의했다.
연구진은 설문 결과에 대해 "국내 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며 "동·이종 미디어 콘텐츠를 묶거나 이종 미디어·ICT 서비스와 OTT 서비스를 묶는 결합 상품 전략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용자 편익과 사업자의 효율성을 동시에 증대시키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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