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윤리위 설치·윤리헌장 제정 등 추진
“한국 G7 진입 목표…싱크탱크 역할 강화”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만에 글로벌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이상을 갖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롭게 출범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변경하고 신임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선임했다.
이날 총회에는 류진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구자은 LS 회장, 이희범 부영주택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경련은 이날 정관 개정을 통해 기관명을 바꾸고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동반성장, ESG 등을 정관에 명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 다만 다음달 둘째주쯤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해주기까지 전경련은 기존 명칭을 써야 한다.
이날 전경련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씌인 ‘정경유착의 연결고리’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정경유착 차단 장치로 내부통제 시스템인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5명으로 구성될 위원의 선정이나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은 추후 확정지을 계획이다.
아울러 총회에서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할 윤리헌장을 채택했다. 윤리헌장에는 ‘외부의 압력이나 부당한 영향을 단호히 배격하고 엄정하게 대처한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경영할 것을 약속한다’ 등 실천할 사항을 표기했다.
전경련은 윤리헌장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취임한 류진 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며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기업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도 “과거 잘못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고심해왔다”며 “윤리위원회를 통해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할 것이고 윤리위원회가 반대하면 안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G7 진입을 목표로 한국 경제를 도약시킬 것이란 포부도 전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전경련의 역할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치 있는 정보를 외부에서 확보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제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제작해나갈 계획이다. 류 회장은 이 과정에서 현재 활동 중인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로부터 정보를 확보해 자료 내용을 차별화해나갈 예정이다.
류진 회장은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훌륭하고 제일 좋은 보고서를 만들도록 이끌어가겠다는게 내 생각”이라며 “이외 다른 활동에 대해서도 앞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재계 4대 그룹이 한경협 가입 의사를 밝힌 점도 류 회장의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전경련 산하 연구단체 한국경제연구원(한경련)에 가입돼있던 4대그룹 계열사 중 내부 검토를 통해 미가입을 선언한 삼성증권 외 15개사가 잔류를 결정해 자연스럽게 한경협에 가입한다. 전경련이 한경연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새출발하기 때문이다.
류 회장은 “4대 그룹이 과거에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변명으로써) 할 말이 없다”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테니 기회를 한번 더 달라는 태도로 (한경협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전경련에 내부 시스템이 없어서 막을 수 있었던 사태를 막을 수 없었고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4대 그룹이 다시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장치를 만드는 것에 대한 (한경협의) 자신감을 보고 다시 들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앞으로 한경협으로서 재계와 대중의 소통창구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해나간다는 복안이다. 앞서 전경련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CEO와 MZ세대의 만남 ‘갓생한끼’를 주최하는 등 소통을 적극 유도해 왔다.
류 회장은 “최근 대국민 소통의 장을 열었던 것처럼 회장들이 젊은이를 만나 토론하도록 하고 인터넷에서 경제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