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서 정상회담 가능성↑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6일에서 17일까지 몰타에서 미국-중국 고위급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틀간 약 12시간의 긴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진전을 이뤘다고 전해졌다. 미중 고위급 회담의 진행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월 정상회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미중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몰타회담을 진행했으며, 회담에서는 '발리회담'에 기반한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발리회담은 지난 2022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북핵 및 대만, 첨단기술 수출입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을 말한다. 최근 북러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 위협이 높아지자, 중국의 북한 압박 필요성에 대해 다시 대화를 나눴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백악관은 회담에서 "미중 양자관계 주요 현안,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양안 문제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면서 "미국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주목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양측은 이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개월 간 미중 간 추가 고위급 접촉과 주요 분야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발표문을 통해 "양국은 중미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면서 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 토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미 아시아·태평양 사무 협의와 해양 사무 협의, 외교 정책 협의를 여는 데 동의했다"며 양국 국민의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구체적인 회담 내용에 관련해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관계일지언정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 및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만관계법 및 미중 간 3대 주요 공동성명을 잘 이행하고 있으며,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대만관계법은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 목적으로 1979년 제정된 미국의 국내법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군사적 위협을 가할 시 대만에 의무적으로 무기를 판매하도록 한 '자동개입 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대만문제는 중미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할 것과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왕이 부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대해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 발전의 필연성에 대해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같은 미중 간 협력 조성으로 북러회담을 통해 북중러 밀착 및 신냉전 구도 강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전부터 일각에서 제기돼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양자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 정상의 회담 가능성을 지속해 주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