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통신‧모빌리티‧에너지 분야 수주확대 기대감
늘어나는 韓·사우디 스킨십…‘제2의 중동 붐’ 정조준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총출동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초대형 미래 도시 '네옴시티'는 서울시 크기의 44배 면적에 5000억달러(약 664조원) 규모의 대자본이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순께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과 사우디 등 중동 일부 국가 방문을 추진 중이다.
최근 양국 간 네옴시티 협력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 분야를 넘어 스마트시티 조성과 관련한 전방위 수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재계가 힘을 모아 네옴시티에서 '제2의 중동 특수'를 이끌어 내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 정부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사우디행을 추진했지만 네옴시티 수주 확대를 위해 10대 그룹 총수급으로 방문단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옴시티 수주를 위한 스킨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총수 8명과 2시간 가량 차담회를 가진 바 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양국 기업 및 정부 간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투자 규모는 총 40조원 수준이다. 최근 사우디 고위급 인사들이 잇달아 방한한 점도 이목을 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불리는 야시르 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도 이달 초 방한, HD현대 등 일부 기업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다음달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중동 붐'을 이끌었던 건설뿐 아니라 통신, UAM(도심항공교통)을 포함한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이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 중에서는 삼성물산이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양해각서를 통해 네옴시티 진출을 구체화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컨소시엄을 이뤄 그리스 아키로돈과 함께 네옴시티 내 직선도시 '더 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기업에 대한 사우디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HD현대의 건설기계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도 최근 '더 라인' 건설 현장에서 쓰일 굴착기, 휠로더 등 장비 50대를 수주해 공급했다. HD현대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도 네옴시티 프로젝트 내 변전소 구축에 힘을 보탠다. 네이버의 네옴시티 수주도 관심사다. 사우디는 한국형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차그룹의 스마트시티 솔루션 역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싱가포르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역량을 쌓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이 주요 과제 중 하나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전기차, UAM 등 교통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 수주전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달러와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 목표를 밝히며, 네옴시티 수주를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