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금지법 발효됐지만 누적 적발건수 4만건 육박…실제 처벌 226건 불과
수법 교묘해지지만 수사 시급성·인력 투입 등 공감대 부족…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
전문가들 "게임사 의지 중요…적극 조치 없이 완전 근절 어려운 구조" 조언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대리게임 금지법' 시행 5년이 흘렀지만 실효성에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리게임 업자들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있지만 수사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부족하고 처벌 수위도 낮다는 지적이다.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안 실효성 점검과 함께 게임사의 적극 조치가 없이는 대리게임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사례를 받고 타인의 계정으로 게임을 대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대리게임 금지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은 게임업계에 성행하던 대리게임 처벌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반사항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대리게임 현상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 을)이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로부터 제출받은 ‘대리게임 및 불법프로그램 사용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대리게임과 핵·오토 등 불법프로그램 사용으로 게임위에 적발된 건수가 4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 9월까지 대리게임으로 1만0884건, 핵·오토 등 불법프로그램 사용으로 2만6795건이 적발됐다. 연도별 대리게임 적발건수는 2019년 2162건, 2020년 1509건, 2021년 680건으로 점차 줄다가 2022년 3192건, 올해 9월까지 3341건으로 대폭 늘어났으며, 총 조사건수 1만4664건 중 74.2%가 위법행위로 드러났다.
또 불법프로그램 사용 적발건수는 2019년 3881건, 2020년 9442건, 2021년 6680건, 2022년 4286건, 2023년 9월까지 4046건으로 나타났으며, 총 조사건수 4만4305건의 60.5%가 위법행위였다.
물론 게임사들이 대리게임 현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대리게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와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 운영진들은 대리게임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로스트 아크는 현재 보상 대상자인 80명 중 의심 정황이 발견된 8명의 유저들에게 소명기회를 준 상황이다. 이터널 리턴 역시 의심 정황이 발견된 50개 계정을 조사 중이며, 이 중 8개 계정을 영구정지했다. IP 조회 및 게임 플레이를 확인해 처벌 여부가 정해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리게임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로 낮은 법적 구속력과 처벌 수위를 지목한다. 게임위의 대리게임 및 불법프로그램 사용 적발 사항 조치 현황을 살펴보면 불법행위 당사자를 처분하는 수사 의뢰는 총 적발건수 3만7679건의 0.599%인 226건에 불과했다. 총 적발건수의 98.3%에 해당하는 3만7038건은 단순 광고 삭제 요청 등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시정·협조 요청에 그쳤다. 이 때문에 대리게임 현상 등 반복적인 불법행위 발생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와 게이머들은 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사의뢰를 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가 매크로 프로그램 등과 달리 확실한 물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사인력을 투입할 정도로 대리게임 범죄 수사의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엔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대리게임 업체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게임사도 대리게임을 법적 절차로 해결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렵게 수사의뢰를 맡긴 후 법적 절차를 밟아도 실제로는 5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에 대해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스마일게이트 CCO)는 최근 온라인 방송에서 "현실에서 대리 플레이어를 잡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며 "수사권이 없는 경우도 많고, 여러 제보나 대리 의심 정황이 있어도 이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적으며 현실적인 인식이 법적 접근과 차이가 있는 부분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리행위는 일종의 영업 방해"라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이벤트에 흠집이 생긴 만큼 최대한 엄벌할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대리게임 수사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 실행 도입 과정에서 유저들의 감각이 둔감해진 측면과 고착화된 업계 시스템 특성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근본적으로 대리게임 행위를 막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적 장치와 실효성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론적으론 게임사의 의지와 운용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게임위가 법적 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자칫 규제산업으로 갈 수도 있어 선뜻 손을 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게임사 입장에선 유저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는 등 절차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자체에 부담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게임사가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완전한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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