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수 보안인재개발원장 "보안감독관 분야별 전담제 도입, 전문성↑"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우리에게는 김포국제공항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근무하는 시간대가 있는데, 휴게 시간이 40분 밖에 안됩니다. 하루 유동 승객이 4만에서 4만5000명 되는 제주국제공항의 한 검색대 직원들의 경우에는 우리보다 못 쉽니다. 그나마도 지사 관리자들이 재량껏 중간 중간에 대기 상태로 지원 나와주는 것이지, 정식 휴게가 아닌 만큼 우리는 고육지책으로 위법한 행위를 해서라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겁니다."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본부장)
항공 보안 업무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공항 검색 요원 등이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한국항공보안학회와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는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항공 보안 현재 상황 진단과 발전 방향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공항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검색 요원들의 근무 여건과 급여 수준 제고를 목적으로 열렸다.
코로나19가 걷힘에 따라 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전국 공항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보안 위해 요인도 덩달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항 보안 업무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현실과 동 떨어진 제도와 급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은 "항공보안법은 당초 항공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보안 검색이라는 사안에만 매몰돼 관계 당국이 위해 물품 적발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런 가운데 보안 검색에 실패한 요원에게는 처벌 일변도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황 학회장은 "기내 난동 행위나 반입 금지 위해 물품을 갖고 타려는 승객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국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최근 연이어 터진 사고들은 항공 보안의 위기이며, 국토교통부와 산하 기관은 이를 엄중히 받아들여 강력한 법 집행을 통해 치안 확보 노력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검색 업무를 맡고 있는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보안본부장(부위원장)은 공항 근로 현장의 열악함에 대해 토로했다.
한국공항공사 보안 자회사 항공보안파트너스 소속인 유 본부장은 "설립 4년차가 되도록 정원 2300명이 단 한 번도 찬 적이 없고, 결원율은 9월 기준 8%이나 실제로는 더욱 높고 퇴사율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회사 신입 직원은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1~2개월 간 교육을 받고 회사에 들어와보니 막상 주먹구구식인데다가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식이고, 업무 간에 실수를 빚어 져야 하는 책임의 소지도 너무 커 사원들이 버티질 못한다"며 "현장직 근속 연수가 심각하게 짧다"고도 했다.
17년차인 유 본부장은 통상 오전 4~5시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9시에 퇴근하나 2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고 있고, 기본급이 180만원인 보안 요원은 식비가 13만원이라고 언급했다. 항공 보안 관련 직급이나 직책이 없고 딘순 노무직으로 설정이 돼있어 임금 구조 개편이 어려워서다.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 10분당 평균 1750원을 받고 있다.
이처럼 종일 근무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휴게 등 근무 여건은 전혀 보장되지 않고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 본부장은 "누군가 쉬는 시간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가고 끼니를 거르는 일은 일상 다반사"라고 폭로했다.
공항 이용객들이 보안 검색 요원을 대파와 라이터, 휴대 전화, 가방 등으로 폭행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경찰 인계 등 이들에 대한 어떠한 보호 조치도 없다고도 한다. 유 본부장은 이 같은 불합리함에도 공항 고위직은 규정보다 지시를 우선시 하고, 현장직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지난달 말 기준 이미 지난해 전체 보안 사고 건수를 넘어섰다는 점에 대해 유 본부장은 "공항 보안 현장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올리고, 책임과 기준안에 따른 권한을 부여해준다면 얼마든지 현재보다 호전시킬 수 있다"며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서일수 한국보안인재개발원장은 "항공보안감독관은 권한을 갖지만 책임은 현장 요원들이 져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돼 있다"며 "공항·항공기·화물 보안 등 '항공보안감독관 분야별 전담제'를 도입해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전문성과 점검 역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원장은 "판독·사고 조사·정책·장비·항공사 보안 등 전담제에 맞게 교육 과목을 개편해야 한다"며 "현행 인증서 방식을 자격증이나 등급제로 전환해 책임에 상응하는 처우가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신속한 현장 투입이 가능하도록 판독 업무를 온라인으로 자율 학습을 하도록 하고, 기내 반입 금지 물품 규정 위반자에 대해서는 금전적 재제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서 항공 보안의 현재 상황 진단과 발전 방향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변종국 동아일보 기자는 "항공산업 현장에서 보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요즘, 과실이 없는 보안 검색 요원들에게 무한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형사 처벌 일변도로 다스리려는 조직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혁준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계획팀장은 "보안 검색 요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보안 수준도 당연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름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고, 근로·휴게 시간은 법 위반 사례가 생겨나지 않도록 향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논의가 필요하다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