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보안아카데미 "민간 단체가 국토부 압박, 말도 안돼"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최근 각종 항공 보안 사고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한 교육 기관에서 관련 수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에 해당 교육 기관 측에서는 사실무근이고, 명예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보안학회와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항공 보안 현재 상황 진단과 발전 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항공 보안 검색 요원 정기 교육이 내실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항공보안법 제28조와 국가민간항공교육훈련지침 제20조 및 별표8의 3에 따라 보안 검색 요원은 연 1회 8시간 이상 △관련 법·규정 변경 사항 △신 유형 항공 보안 위협 요인 △위협 상황 정보·보안 위해 물품 △보안 관련 사고·사례 분석 △기본 검색 절차·기법 반복 △미신고 항공 위험물 인지 및 승객·승무원에 관한 규정 등에 대한 정기 교육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X-레이 판독 평가에 합격해야 보안 검색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본부장(부위원장)은 "㈜항공보안아카데미(ASA)가 보안 검색 요원들에게 3~4시간에 불과한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시키고 있으면서도 비용은 정규 시간분에 해당하는 액수를 온전히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보안 검색 요원들이 위법한 교육 과정을 거친 만큼 무자격자가 될 수도 있다고 거론했다.
유 본부장은 "보안 검색 요원의 직무 역량과 전문성 향상에 저해되는 매우 불법적인 행태"라며 "항공 소비자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급급해 항공 보안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보안아카데미에 문의한 결과, 이 기관을 운영 중인 원장은 국가정보원, 부원장은 대통령경호실 부장·인천공항 보안실장, 전임 교관은 인천공항 급조 폭발물(EOD) 팀장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같은 기관에서 보안 교육을 이수하는 이들은 한국공항공사 보안 자회사 소속 직원들로, 교육 캐파를 모두 흡수하지 못할 때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 검색 요원이 이수하는 교육 과정이 국가 안보상 중차대한 부분임에도 항공보안아카데미가 올해 3월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에 각종 민원을 투고하며 압박했다"며 "이익 창출이 목적인 '주식회사'를 교육 기관 형태로 둔갑시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엄격한 신원 조사를 통해 극히 제한적으로 교육을 해야 하지만 만에 하나 테러 목적의 물품을 교묘히 숨기는 기술을 습득할 경우 수익화에 눈 먼 회사가 테러범을 양성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유 본부장은 "감독 기관인 국토부는 실태 파악을 통해 전문성 강화는 뒷전인 보안 교육 기관의 부실한 운영과 돈벌이 행태를 조속히 막아야 한다"며 "교육 기관 취소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대섭 한서대학교 항공보안학과 교수는 "올해 10월까지 국내 항공 보안 실패 사례는 총 29건으로, 내실 없는 교육이 큰 몫을 차지한다"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불법적인 부분이 발견될 경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조속히 관련 법규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고, 항공 보안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직원 교육을 의뢰한 회사도 실태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항공보안파트너스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토부 항공보안정책과 관계자는 "업계 사정 청취를 한 만큼 사실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공보안아카데미 측은 펄쩍 뛰는 모양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항공보안아카데미 관계자는 "국토부 항공 보안 담당자와 연락을 한지도 4~5년이 지났다"며 "코로나19 기간에는 현장 집합 교육을 할 수 없어 전임자인 임모 과장이 주간 회의석상에서 유인물이나 온라인으로 수업하도록 했고, 교육비도 공항공사들의 경영난에 따라 할인해줬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보안법 시행규칙 제15조 3항을 보면 기준에 적합한 경우 보안 검색 교육 기관 지정서를 발급하도록 돼있다"며 "영리 단체 여부와는 무관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허가를 내주는 정부 기관이야 말로 '절대 갑'인데, 민간 단체의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국토부는 다음주 중 사실 확인에 대한 결과를 내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