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등 불리한 경영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발판으로 인수합병(M&A)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적대적 M&A’ 등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동제약이 지배구조의 견고화를 위해 추진하던 지주사 전환은 2대 주주인 녹십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로써 일동제약 경영참여를 선언한 녹십자와 경영권방어가 시급한 일동제약 간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해진 상황.
업계는 일동제약의 이번 지주사 전환 부결을 놓고 녹십자의 적대적 M&A 시도가 더욱 노골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는 3월 일동제약 정기주총까지 양사의 지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동제약 측은 “어떠한 협의도 없는 기습적인 지분 매입과 지주사 전환 반대는 제약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R&D 투자와 대규모 설비투자로 자금 지출을 늘린 시기를 틈 타 적대적 M&A 시도가 이어진다면 제약 산업 전체에 적극적인 투자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사간 적대적 M&A 시도 사례 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한미약품은 최대주주의 지분구조가 취약했던 동아제약을 호시탐탐 노리며 지분을 8.71%까지 늘려 M&A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일가 등이 보유한 주식은 11.09%로,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그룹이 9.91%, 국민연금이 9.39% 였던 것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제약사 간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배경에 대해 업계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리미엄을 주는 우호적 M&A와 달리 프리미엄을 상대적으로 덜 주는 적대적 M&A를 이용해 몸집을 불리고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대적 M&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론 13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제약시장에 난립해 있는 400여개 업체를 고려할 때 M&A는 필요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영세한 산업 구조를 탈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에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제약업계는 적대적 M&A 외에도 우호적 M&A를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한독은 관절염치료제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를 인수하기로 협의하고 다음 달 중으로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유한양행·녹십자·한독 등 상위 제약사들은 바이오기업의 지분을 늘려 인수합병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규제들로 인해 제약업계가 돌파구로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적대적 M&A가 실질 목적이라 할지라도 상위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을 위해 조심스럽고 장기적인 액션을 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