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금융 문맹은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정부, 학교, 사회단체 등에서 여러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전세 사기, 청년부채 및 가계부채,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 등은 정부의 대책을 필요로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히 금융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일상에서 돈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현재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상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결과와 책임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금융적인 관점에서 보면, 선택은 ‘금융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한 후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종종 남의 탓을 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1990년대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내 탓이요’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신뢰 회복 운동을 펼쳤다. 그런데 요즘은 ‘네 탓’이라고만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로남불’이라고까지 말하며 로맨스처럼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씁쓸한 현실이다.
2020년 금융감독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정한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안」에는 “금융의사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식한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 있음을 인지한다”, “신용사용의 결과와 책임을 인식한다”는 금융교육의 성취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금융교육에서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중시하는 것이다.
2023년 상반기에 접수된 금융 민원 건수는 약 5만건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민원 수용률은 평균 40%대에 불과하다. 특히 증권 및 투자, 은행 부문의 민원 수용률은 20%대이다. 이는 전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원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소비자는 전문적인 지원 없이는 구제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금감원의 수용률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그것을 동기로 삼아 자신의 금융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금융역량은 금융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금융 교육에서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투자·부동산 교실은 이미 인기가 많아서 따로 동기 부여가 필요없다. 반면에 책임, 기부, 신용 등 사회성을 가르치는 교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투자 교실에서는 민주시민 역량을 강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정부는 금융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금융교육 표준안을 마련하고, 시민 교육과 취약계층 등 공공 영역의 교육과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알아야 할 용어도 많아졌다. 그러나 ‘복리의 원리’, ‘만족지연의 효과’, ‘High Risk, High Return’과 같은 기본적인 금융원리와 금융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다양하고 유용한 금융교육 자료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동기가 없다면 그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밥상에 음식이 가득해도 배가 고프지 않다면 먹을 의욕이 없는 것과 같다. 우리는 스스로의 동기를 부여하고, 금융적으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격을 갖게 하는 ‘자기 책임 원칙’을 따라야 한다. 이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민주시민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