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릴 곳이 없다…주식·코인 시들한데 예금금리도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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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굴릴 곳이 없다…주식·코인 시들한데 예금금리도 ‘뚝뚝’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2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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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올들어 10조원 넘게 이탈...코인 거래량도 급감
"3%대 이자라도"...울며 겨자먹는 투자자들 정기예금行
새해 들어 주식과 코인 시장이 모두 흔들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직원이 5만원권을 검수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새해 들어 주식과 코인 시장이 모두 흔들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하나은행 직원이 5만원권을 검수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주식도 코인도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자 예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금 금리마저 뚝뚝 떨어지는 중이라는 점이 답답할 노릇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그나마 안전한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새해 들어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0조가 넘는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4%대였던 예금 금리는 최근 3% 중반으로 하락했지만, 더 떨어지기 전에 ‘막차’에 올라탄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늘면서다. 중동·대만 등지의 불안한 정세,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8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법인자금 포함)은 이달 23일 기준 679조1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68조3031억원)대비 한 달여 만에 10조8183억원 불어났다. 지난달 전월보다 4조5849억원 감소했다가 새해 들어 다시 반등한 셈이다.

예테크족이 새해부터 은행으로 향하는 데는 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3.6% 금리라도 누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3.5~3.6%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연 3.6%)’, 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연 3.55%)’,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연 3.55%)’ 등의 최고 금리는 3.5% 이상이다.

지난해 11월 4% 초반이었던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3% 중반으로 하락한 데는 시중은행의 또 다른 조달창구인 은행채의 금리가 내린 영향이 크다. 1년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두 달 전 연 4.044%에서 현재(1월 25일 기준) 연 3.603%까지 미끄러졌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됐다.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된 은행은 수신 금리 경쟁에 나설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의 위험회피 심리가 살아난 것도 안전자산으로 꼽는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중동·대만·북한 등지의 불안한 정세로 지정학적 위험은 커지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폭이 커진 게 불쏘시개가 됐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과 소비 부진으로 홍콩H지수가 폭락한 게 원인이다. 위축된 투자심리는 국내 증시에 반영됐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는 6.6% 급락했다.

주식시장 내 자금도 썰물처럼 빠지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60조원 가까이 쏠렸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4일 기준 49조780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을 의미한다.

주식의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던 코인 시장도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심리가 주춤하면서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의 전체 거래량이 이달 최고치 대비 85%이상 줄었다.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일명 국내 3대 거래소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의 지난 26일 기준 전체 거래량은 각 거래소가 기록한 이달 최고치 대비 각각 87.5%, 86.5%, 85%가량 줄었다.

주요 3개의 거래소 모두 이달 최고치 대비 85%이상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거래량의 감소의 주요 원인에는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이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 개시 이후 26일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이달 최고가인 6670만원을 기록한 뒤 26일 17.5%가량 하락한 552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도 코인도 투심이 악화된 가운데 새해를 맞아 재테크 새 판을 짤 투자자 입장에선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대비해 정기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투자자금을 정기예금으로 옮기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3% 중반대 이자(금리)를 챙길 수 있게 정기예금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초 움츠렸던 투자 심리가 상반기 내 회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수출 흐름이 개선되고, 중국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며 “호재가 쌓이면서 증시는 1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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