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그룹내 여러 보직 맡으며 경영 능력 인정 받아
경제사절단·CES 등 대외 광폭행보…올해 사우디 공략 강화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조선 업황 회복으로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선박 건조 현장은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인력 한명 한명이 소중한 지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HD현대가(家) 오너 3세인 정기선 부회장의 인간적인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선 부회장은 2009년 1월 현대중공업(HD현대)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뒤 2013년 다시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이후 기획재무부문장 상무로 승진하면서 당시 재계에서 ‘최연소 임원’이 됐고 1년 만에 전무로, 2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21년 사장자리에 오른 뒤 지난해 11월 부회장까지 맡게 됐다.
정기선 부회장은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 적극 나서면서 임직원들의 복지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인간적이고 따듯한 리더'라는 평을 받고 있다.
HD현대의 전 계열사는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임직원 자녀의 유치원 교육비를 자녀 1인당 최대 18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전 계열사가 유연근무제를 실시해 직원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임신 초기와 말기에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법정 출산휴가인 90일 외에 별도로 특별 출산휴가를 1개월 더 부여하기로 했다. 이어 여성 임직원이 임신·출산할 때마다 각각 500만원씩, 1000만원의 축하금도 지급한다. 이러한 배려 깊은 복지 혜택에 직원들의 만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시설 관리 근로자들에게도 따듯함을 전달했다. 그는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그룹 내 환경미화, 보안, 시설, 안내데스크, 사내 식당 근로자 2700명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며, 감사의 의미로 서산 간척지에서 수확한 쌀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임직원 노래 경연대회 ‘보이스 인 GRC(Voice in GRC)’에서 심사를 진행한 정 부회장은 본선진출자들의 춤동작을 따라하기도 하고, 노래 솜씨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HD현대 총수를 맡게 될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약 10년 동안 그룹의 여러 보직을 경험하면서 회사의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특히 세계 조선경기가 불황에 빠졌을 때 영업활동을 통해 선박서비스, 정유, 건설기계, 인공지능 등 다양한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HD현대는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따른 수주량 확대와 건조물량 증가에 힘입어 연간 매출 61조3313억원, 영업이익 2조316억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 부회장은 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에 몰두하고 있다.
사우디는 무한한 잠재력과 시장성으로 인해 정 부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정 부회장의 사우디에 대한 관심과 인맥은 재계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과 사우디와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 HD현대는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기획실 총괄부문장으로, MOU의 기획부터 체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또한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방한한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불리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야시르 알루마이안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와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했다.
최근 정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등 ‘대외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HD현대의 대표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IT) 전시회 ‘CES’에 참여해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도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 자율화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과 탈(脫) 탄소화 등 3대 혁신 목표를 발표했다.
이러한 목표 아래 정기선 부회장은 미래 첨단 조선소 구축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해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