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부채 비율 101.1...전년 比 4.4%p↓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한 가계부채 수준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게 감소했다. 다만 기업부채 증가세는 꺽이지 않아 여전히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를 보면 작년 4분기 기준, 세계 33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101.1로 가장 높았다. 홍콩(93.3%)·태국(91.6%)·영국(78.5%)·미국(72.8%) 등의 순을 보였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의 내림 폭(-4.4%포인트·104.5→100.1%)이 영국(-4.6%포인트·83.1→78.5%)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5.4%포인트 낮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8월 “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 이상인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던 바 있다.
올해 초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꺽인 것으로 관측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371억원으로 지난 1월 말(695조3143억원)보다 7228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월간 증가 폭이 1월(+2조9049억원)보다 크게 줄어 지난해 6월(+633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 수준이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최근 대출 금리를 올렸고 지난달 26일부터는 은행들이 일제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을 적용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가계대출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간 부문 부채의 또다른 한 축인 기업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25.2%로 집계됐다. 세계 4위 수준으로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홍콩(258.0%)과 중국(166.5%), 싱가포르(130.6%) 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 부채 비율은 1년 전인 2022년 4분기(121.0%)보다 4.2%포인트 더 올랐다. 러시아(8.4%포인트·72.9→81.3%)·사우디아라비아(8.2%포인트·55.6→63.8%)·중국(7.7%포인트·155.8→166.5%)·인도(7.0%포인트·53.7→60.7%)에 이어 5위 수준의 오름폭이다.
한은도 지난해 12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민간 신용 레버리지(차입)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5.1%)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을 보였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29.9%)이었고, 싱가포르(173.1%)·미국(119.9%)·아르헨티나(91.1%)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