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은 사실상 민주 '자매 정당'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소수 정당 입지 축소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4‧10 총선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체제에서 치러지면서 지난 총선에 이어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거대 양당이 '꼼수'로 활용하면서 애초 취지와 정반대로 소수 정당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는 비판이 이번에도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을 4년 만에 재확인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각각 창당해 지난 2020년 총선에 이어 거대 양당이 상당수 비례대표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비례후보만 내세운 조국혁신당이 있지만 사실상 민주당과 '자매 정당' 성격이 강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로,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정당의 경우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것이다.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 정당 지지도가 전체 의석수에 충실히 반영돼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됐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수 손실을 막고 소수 정당에 돌아가야 할 비례 의석마저 독식했다.
4년 전 총선 당시 준연동형제(47석 중 30석 캡 적용, 나머지는 병립형)하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17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각 3석을 차지했다. 거대 양당은 총선 후 이들을 모당(母黨)에 대부분 복귀시키면서 의석수를 불렸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준연동형제 유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제3지대 창당 셈법이 얽히면서 거대 양당 외에 다른 정당의 원내 진입이 큰 주목을 받았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 등 지역구 의석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당들이 비례의원 배출을 기대할 수 있는 통로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제3지대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물론 기본소득당이나 진보당 등과 같은 소수 정당이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원내 의석을 확보하면 제도의 취지를 최소한 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근본적인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선언하면서 '통합형 비례정당'을 '절반은 위성정당, 절반은 연합플랫폼인 준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의 기본소득당, 진보당, 여기에 무소속 의원 등과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거대 양당 체제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외견상 3당 체제가 이뤄질 수 있지만 조국혁신당은 사실상 민주당과 지지층을 공유하는 성격 탓에 실제로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2대 국회도 최근 4년과 마찬가지로 강성 야당과 강성 정부·여당이 사사건건 맞붙는 극단 대립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은 물론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등을 독차지하는 한편 여기에 대항하는 국민의힘과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한 정치권의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심판론이 강해 거대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준연동형제 문제를 방치할 경우 4년 후 총선에서도 같은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위성정당 방지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으로 연동의 고리가 끊어지고 병립형과 같은 의석 배분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연동형은 병립형과 질적으로 다름에도 제도 변경을 위한 세부 구성이나 인식의 전환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준연동형에서 병립형 요소는 실현되기 어려움에도 제도에 대한 접근방식은 병립형에 머물러 있다"며 "이러한 '불완전한' 입법에 대해 22대 국회에서도 개선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