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원천기술이 약점…장기 육성책 필요
“해외 수소에너지 교류시 정부지원도 중요”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실무자들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고 수소 혁신기술을 언급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한다." "대통령은 수소를 하라고 하지만 실무자들의 관심은 2차전지쪽에 쏠려있고 지원은 미미하다."
정부의 '1등 수소산업 육성'이 무색해지는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의 토로다. 산업계 현장에서는 국내 수소 육성 현실이 앞뒤가 다른 모양새라고 지적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1월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란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이듬해 12월 열린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선 앞서 설정한 '2030년까지 수소차 3만대 보급' 목표를 '30만대 보급'으로 대폭 확대했다. 더욱이 올해는 '청정수소 원년'을 선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UN총회 기조연설에 나서 무탄소에너지(CFE) 연합 결성을 제창하기도 했다. CFE는 원전과 더불어 수소가 핵심이다. 연설 한 달여 후 '무탄소(CF) 연합'이 CFE 국제 확산을 목표로 서울 대한상의 회관에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현실은 지원금 삭감이다. 산업부는 수소산업진흥기반구축 예산을 지난해 약 82억원에서 올해 75억원 규모로 줄였다. 수소유통기반구축 예산도 113억원대에서 98억원대 수준으로 축소했다.
정부를 대신해 공공의 이익을 꾀하는 기관들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가스공사는 수소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속도조절론'을 펼치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산업 발전을 주도해야 할 가스공사가 발을 빼고 오히려 석유공사가 나서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수소 확산에 경제성, 원천기술,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소 생산엔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이 대표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전해 설비 기술이 유럽보다 상당 수준 뒤처진다. 그나마 모빌리티 등 수소 활용 단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위안이 되는 실정이다. 특히 수소 사업은 당장 '경제성'이 떨어진다. 또 대규모 자금 투입을 요하는 인프라 구축도 개별 기업의 힘으로 달성할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육성책이 절실한 이유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수소는 어느 나라나 다 있는데 국내 정착화를 서둘러야 한다. 지금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5~6년 뒤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발전사와 민간기업의 수소 협약에 대한 법체계 구축 및 지원, 세제 혜택 등도 중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강 교수는 외국과 수소 에너지 교류 시 정부의 지원 사격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용성 문제로 수소 저장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대안으로 땅이 넓은 호주 등지에서 수소 저장 후 암모니아화로 국내에 반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식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풀린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수소 저장·운송의 핵심인 암모니아 비축과 사업자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 신설 등 수소 전반의 선제적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떨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현대차, 효성, 두산, SK, 포스코, 롯데케미칼,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들은 수소 사업 확대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규모가 더 작은 곳은 무탄소 전환 압박에도 투자 여력이 없어 곤혹스런 상황이다.
특히 경쟁국 대비 현저히 부족한 인센티브, 비싼 수소의 수요처 발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수소 관련 중장기 매출과 투자 목표치 조정이 불가피했던 배경이다.
업계는 당장의 수익 확보가 어려운 수소 사업에서 '이중고'를 떠안지 않도록 제도 정비, 정책 일관성, 인프라 지원 등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은 기반 시설, 수요처 등 복합 연계 사안이 많은데 정책적 일관성을 가져가면서 중장기 전략을 펼치는 데 불안 요소가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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