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에 1분기 순익도 ‘내리막’…배당축소 우려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고점을 찍던 금융주들이 최근 한달 새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외국계 기관 매도가 집중되면서 두 자릿 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한달 만에 10~20%까지 추락했다. 주가 급락은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면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또한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융주 주가 상향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주주 배당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배당을 받는 주주에게도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은행 등 저PBR 기업들은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중동에서 시작된 지정학적 리스크도 은행주 조정을 깊게 하는 요인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고, 이에 외인 이탈이 더 두드러질 수 있어서다. 이에 더해 홍콩H지수 ELS 배상 등의 이슈도 금융주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총선 이후에도 국내 은행주를 본격적으로 매도하지 않고 있는 외국인들이 중동 확전 이벤트와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에도 은행주 투자 심리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에 따른 주가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주에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면서 “회사 측의 주주환원 의지나 투자자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를 고려하면 일시적 자본비율 하락 때문에 주주환원율을 축소한다는 건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에 따라 은행권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향후 주주 배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마다 금융당국의 자율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있어 손실 확대가 1분기부터 불가피하고, 대출 잔액까지 줄고 있어 연간 당기순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주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최대 배상비율이 10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다수 사례의 배상비율은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40%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이와 관련해 3월 11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투자 손실 배상비율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이 시장에서 장기간 판매됐고, 고객이 위험성을 알고 투자했을 경우가 있는 만큼 불법적 판매 외에는 100% 배상비율이 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 비교해서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지 않겠나 본다”면서 “DLF 때보다는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를 보면 ▲KB국민은행 7조8000억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판매액은 은행권에서 가장 적은 415억원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손실률과 손실배상비율을 각각 50%, 40%로 가정하면 KB국민은행 배상액은 1조5600억원, 신한은행 4800억원, NH농협은행 4400억원, 하나은행 4000억원, SC제일은행 2400억원, 우리은행 83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경우는 판매액을 기준으로 최대 규모로 손실이 확정됐을 경우다. 실제 은행이 지급하게 될 손실배상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 대규모 손실의 은행권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 배상 비율 40%를 적용해 KB국민은행의 배상액은 9900억원으로 가장 많을 전망이다. 이어 신한은행이 2870억원, NH농협은행이 2590억원, 하나은행이 2570억원, SC제일은행이 1500억원 순으로 총 1조8930억원이 예상된다.
배상액은 1분기부터 각 은행 손실로 반영될 예정으로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1604억원으로 추산된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 순이익(4조9015억원)보다 15.1% 감소한 규모다.
김경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보통주 자본 규모와 높은 보통주 자본비율 고려할 시 배상손실에 따른 자본적정성의 급격한 저하가능성은 낮다”라면서 “다만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 따른 은행의 배당 부담, 저하되는 수익성까지 감안하면 ELS 배상은 자본적정성에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