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하던 두나무·빗썸 주식 가격 하락전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가파르게 상승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며 투자 열기가 차갑게 식어들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장외주가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빗썸의 비상장 주식 가격이 최근들어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비트코인 가격이 2개월 가까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을 이끌 만한 상승동력도 대부분 소멸되면서, 거래량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영향으로 보인다.
12일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빗썸은 지난 8일 기준 전날보다 1% 내린 9만6500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인 16만5000원을 기록했던 지난 3월 5일과 비교해 2개월 만에 40% 넘게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 가격도 최근 약세를 보였다. 두나무 주가도 3월 5일 14만4000원으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8일 기준 11만5000원까지 내려왔다.
두나무와 빗썸 비상장 주식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빠르게 상승한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을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해서다.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난 것도 호재가 됐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초 6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빗썸 비상장 주식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올해 1월 11일 14만2000원을 기록, 3개월 만에 2배 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바 있다. 특히 빗썸의 경우 내년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최초로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발표해 비상장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더욱 늘었다. 같은 기간 두나무 주가도 7만8500원에서 13만1000원으로 66%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두나무, 빗썸 주가는 3월 중순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반년 가까이 오름세를 보였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몸값은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신규 투자 자금 유입이 줄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로 얻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 경우 매출액과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두나무와 빗썸의 거래량은 코인 시장이 한창 달아올랐던 올해 3월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2조 6998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소별로 살펴보면 업비트 1조 8401억원(68.2%), 빗썸 7753억원(28.7%), 코인원 678억원(2.5%) 등으로 집계됐다. 두달 전 1억원에 거래됐을 당시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규모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한 3월 11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4시간 거래대금은 12조 9921억원 수준이었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돈이 들어오도록 이끌 만한 호재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올해 초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에도 2개월 넘게 가상자산 가격이 강세를 이어간 것은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블록당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4년에 한 번 도래한다. 앞서 세 차례 반감기를 지난 후 비트코인이 급등했기 때문에 이번 반감기를 앞두고도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반감기를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당시 업비트에서 9400만원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8일 873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에는 홍콩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코인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올해 투자자들을 돌아오도록 할 만한 큰 호재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데,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올해 1~3월의 호황이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두나무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은 거래량 감소에 대응할 만한 신사업도 아직 발굴하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올해 2분기 이후 연말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늘면서 주식 가격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