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민의힘 내 불만 높아, 두 자릿수 이탈"
성일종 "박주민 편지, 치졸한 행위…상식 아냐"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을 앞두고 여당 이탈표를 둘러싼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야당이 두 자릿수 이탈표를 언급하며 여론몰이에 나서자 여당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표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113명 전원에게 채 상병과 함께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다른 해병대원 어머니가 쓴 메시지 등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을 설득해 최대한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박 의원은 편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의 한계와 특검법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 등을 강조하며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달라. 용기를 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우상호 의원은 두 자릿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며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해병대 사단장 1명 때문에 이 난리를 쳐 총선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높다"며 "지금 공개적으로 3명이 찬성을 말할 정도면, 공개하지 않고 찬성 표결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이탈표가) 두 자릿수로도 갈 수 있다고 보나"라고 묻자 우 의원은 "저는 그렇게 본다"고 확신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탈표가 10명 정도 나오지 않나"라며 "사석에서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위기 의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 28일까지 시간이 촉박하지만 두 자릿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이탈표 여론몰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언급하며 "아주 치졸한 행위다. 법안에 꼼수를 써놓고는 이게 잘 된 것처럼 의원들한테 편지를 보내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박 의원의) 편지를 받아본 적도 없다. 개별 의원 행태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상대 당에 균열,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은 서로 삼가고 자제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낙천·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이탈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재의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를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은 28일 본회의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현재 재적 의원 296명 중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구속기소 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의 본회의 참석이 가능하다. 이들 모두가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197명 이상 찬성해야 특검법이 재의결된다.
민주당 155석과 정의당 6석, 새로운미래 5석, 개혁신당 4석, 진보당 1석, 기본소득당 1석, 조국혁신당 1석, 김진표 국회의장 등 무소속 의석을 모두 합쳐도 180석 정도다. 재표결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17석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