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삼성전자·현대차 등 밸류업 동참 당부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최종 확정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기대했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 세제혜택 등이 미비하고 자율 공시로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시행했다. 시행일 당일 KB금융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이어 28일에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검토·수립 과정이 시작된 것만으로도 우리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소통' 방식으로 밸류업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 핵심지표를 선정해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사업부문별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공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기업들이 공시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도 기업들의 공시 참여율이 저조하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기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당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은 미정이어서다. 이를 의식한듯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세제당국의 세제 인센티브 외에도 한국거래소가 추가적으로 인센티브 내용들을 검토해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이 곧 나올 것"이라고 언급해 오는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담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법인세 자사주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 등에 있어 여러 의견이 있어 형평성과 효율성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밸류업 인센티브 안으로 거론되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법인세 세액공제 등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22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22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으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나, 야당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법인세 감면 등에 대해 대주주 및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보고 반대하고 있어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밸류업 공시와 관련해 기업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재계에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1일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홀딩스, 롯데지주, 한화, HD현대, GS, KT,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총 12개사를 대상으로 밸류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각 기업 전략·재무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이 간담회에서 "대형 상장사가 선도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자 간담회에 참석한 대형 상장사 임원들은 밸류업 방향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빠른 공시 등 속도에 집중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고민과 검토를 거쳐 의미있는 공시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밸류업 성공을 위해 거버넌스 개혁, 연기금의 참여 확대, 세제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