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생계부담으로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은 60대 이상의 고령층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보험사의 고령층 가계대출 현황 및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권의 60대 이상 고령자 대출잔액 비중은 32.6%로 집계됐다. 전체의 51.0%를 차지하는 상호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은행과 캐피탈에서 이들 연령층 대출 비중이 각각 24.4%, 26.5%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3년 18.6%에 불과했던 고령자 대출잔액은 2015년 22.4%, 2017년 26.0%, 2019년 26.4%, 2021년 27.8%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3년 30%를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보험업권 연령 비중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평균 대출 증가율은 7.5%로 가장 높았다. 보험사의 전체 가계대출 중 비중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50대(34.1%)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층에서 보험사 가계대출 증가가 가파른 것은 이른바 생계형 대출 및 고령층 인구의 증가로 분석된다. 이에 고령층에서 임대부동산 투자·창업을 비롯한 자영업 진출과 생활자금 마련의 필요성 등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 비중은 40.4%, 생계형 대출의 비중은 2.71%로 타 연령층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권의 취약 차주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고령층의 취약차주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사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보험업권의 연평균 연체율은 60세 이상이 0.5%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0.42%), 40대(0.40%), 40세 미만(0.30%) 순이었다.
한 연구원은 “고령층 취약차주들이 보험사에서 생활비나 사업자금의 확보를 위해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증가시켜, 이들을 중심으로 보험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했다”며 “고연령 차주의 자산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의 연체위험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취약차주 지원 대책에 고령자 부문을 더욱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층의 대출 확대 및 부실 위험 억제를 위해 신용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역모기지론의 활성화와 고령층의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