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 분포를 제시할 때 개별 위원 의견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 전망 분포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8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정희철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금통위원의 금리 전망 분포를 제시해 ‘K점도표’로 불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의 개선 방안을 내놨다.
정 연구위원은 먼저 “전망 분포의 변화나 금통위원들 간의 견해 차이가 유의하게 발생했을 때 해당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충분한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망 분포가 갑작스럽게 변하거나 전망 불일치 정도가 커질 경우 경제주체들이 인식하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다.
그는 “개별 위원의 금리 전망 근거에 대한 요약문 등을 배포하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유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매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금리 전망 분포를 인하·유지·인상 가능성 등으로 나눠 구두로 소개한다.
정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개별 위원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제시되지 않는다“며 “설령 동일한 전망을 제시했더라도 해당 전망을 제시한 근거와 전제 조건이 위원별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위원이 해당 전망에 도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장이 이해하는 데 제약이 있고, 전망의 근거보다 수치 자체에만 초점을 두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향후 금리에 대한 기대 관리를 위해서가 아닌, 통화당국의 통화정책수행 과정에 대한 시장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각 전망의 근거가 개별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와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당국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4월 취임한 뒤 그해 10월부터 금통위 내부 논의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하려는 취지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발표해왔다. 간혹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6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현재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한 견해를 공개하고 있는데, 위원들과 이런 방식의 효과 및 장단점 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