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사업추진 방안 확정된 바 없다” 수의계약에 선 그어
한화 “불법업체 사업 지속 사업윤리 어긋…경쟁계약이 원칙”
HD현대 “기본설계 업체,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수행이 통상절차”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수의계약설(說)이 불거지면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신경전이 재점화됐다. KDDX 수의계약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수주를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척당 건조비는 1조원 대로 총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상황이다.
KDDX 수의계약설이 불거지자 거제에 지역구를 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서 의원은 전날 “지난 2일 한 언론이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방사청이 사업분과위 등을 여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며 “이는 법과 상식에 맞지 않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KDDX 사업 부조리의 핵심인 2019년 국군 방첩사령부와 방사청의 부조리한 처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KDDX 사업의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날 상황이다”며 “이런 시점에서 굳이 계약 방식을 속전속결로 결정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결정을 강행한다면 국민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달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울산지검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울산지검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혐의를 수사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된 직원들 중 HD현대중공업 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한화오션은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임원 등 윗선의 개입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난 3월 경찰에 고발했다.
방사청은 불거진 수의계약설에 대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추진 방안 관련해 보도에서 언급된 수의계약 등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확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상세설계와 선도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 모두 ‘경쟁계약’이 원칙임을 명확히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KDDX 사업에 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사업을 지속수행하는 것은 법치와 사업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한화오션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서 수행해왔다고 언급했다. 국가계약법의 특별법으로서의 방위사업법의 우선적용 및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과 기본설계 제안요청서 등을 거론하며 ‘기본설계 수행업체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