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약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를 뚫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AI 가속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HBM 등으로 구성된다.
시장 분위기는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지난 15일 대만 연합보 등 외신은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용 GPU인 '블랙웰'의 주문량을 당초 계획보다 25% 늘렸다고 보도했다. 엔비다아의 시장 지위를 고려할 때 HBM 수요도 덩달아 대폭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물량을 늘리면서 HBM 납품을 위해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 중인 삼성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안정적인 AI칩 공급을 위해 HBM 공급망 다변화를 바란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기존 납품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단시일에 HBM 납품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HBM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2분기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분석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16일 "최근 삼성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HBM과 관련해) 가능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HBM이 하반기에 원활하게 출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는 오는 31일 열리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3E 인증 소식이 알려질지에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초기 HBM 대응엔 실패했지만 HBM 개발팀 신설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가량 확대하고, 내년에도 2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HBM 선두를 빠르게 따라붙을 것"이라며 "시간문제인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3E 8Hi 한정으로 올 3분기 통과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 있다"며 "다만 모건 등에서 주장하는 HBM3E 12Hi 3분기 동시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미 삼성전자 반도체는 '봄기운'이 완연한 상태다. 이달 초 잠정 집계된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DS)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하반기 '삼성 HBM'에도 늦은 봄이 찾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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