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고체 R&D 1조 투자, 日도 54조…韓은 1000억 규모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인플레이션, 자국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국내 산업계가 복잡한 외부 환경을 맞닥뜨린 가운데 정부의 미흡한 지원으로 여러 업계들이 '각자도생'에 의존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배터리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대표적 '불황의 아이콘'으로 꼽히고 있다.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관련 협의체(TF)를 출범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심으로 기업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석화산업이 처한 위기를 대응한다는 계획이었다.
TF는 중장기 전략을 포함한 종합지원대책을 지난 6월 말까지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8월이 다가오는 지금도 뚜렷한 해법은 물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수가 많고 품목도 다양해 특정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이하다는 이유였다.
그 사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들이 국내 석화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는 데 이어 기업들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원하는 등 구조 조정에 나섰다. 일부 기업들은 설비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업종의 불확실성으로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업 재편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인센티브 마련을 건의했다. 이 밖에도 원가절감을 위한 산업단지 내 기업 간 협력 강화, 정책 금융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산업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리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대표 주자인 배터리 업계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캐즘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미국 정부의 세제 지원이 없었다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악의 상황에선 미국의 세제 지원마저도 폐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 관련 지원이 부족한 데다 공장 건설에 관한 규제도 많아 국내 생산 기반은 위축되고 있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한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2022년 기준 1%에 불과하며 2027년이 되면 1%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연구개발에서도 한국 정부의 투자 규모는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 한국 정부는 2028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117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약 60억위안(약1조1270억원),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엔(약5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