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 조준…신규 시장 개척
재계 라이벌 아닌 ‘실용주의’ 기반의 협력 고도화 부각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협업을 확대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로의 플랫폼을 연동해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차량과 스마트폰 간 경계를 없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양측이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기술 제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를 위한 실행력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SDV'까지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위치 확인 솔루션 '스마트싱스 파인드' 기술을 활용해 차량과 스마트키 위치를 확인하는 기능을 고객에 제공할 예정이다. 주차 장소 확인은 물론 차량 도난 사고 시에도 차량의 위치 파악이 쉬워지는 셈이다. 이는 차량의 4G·5G 통신망 연결 없이도 주변에 위치한 다른 갤럭시 스마트폰들을 활용하는 구조다. 또 양사 협업으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안의 삼성전자 가전과 IoT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눈에 띄는 건 양측 협업이 스마트폰과 차량, 가전 간 연결을 넘어 AI 기반의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를 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사는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헬스케어와 펫케어, 스마트 아파트 솔루션 부문에서도 협업 강화를 시사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지난 1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집에서 차량 시동, 창문 개폐, 전기차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하고, 차에서 집안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반도체를 위시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협업 분야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의 주도권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분야에서 첫 협업 사실을 공개했다. 2025년 현대차의 프리미엄 차량에 삼성 '엑시노스 오토 V920' 탑재 계획을 알리면서다. 이후 올 초 'CES 2024'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삼성의 전장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활용해 SDV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퀴달린 스마트폰'이라고도 불리는 SDV 전환은 현대차그룹 체질개선 작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된 보조적 기능으로 역할을 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향후 그룹 차원의 협업 확대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삼성SDI와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최초로 맺었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차의 유럽향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의 전장용 부품 공급 확대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IT와 자동차 산업의 대표주자인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확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과거 재계 라이벌 구도가 아니라 글로벌 핵심 플레이어로서 실용주의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 행보가 돋보이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