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도입·여야의정 출범에도 '목소리'
일각 '대권 행보' 관측···韓 "쇄신 못 하면 정권 뺏겨"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연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빈손 면담' 직후 독자행보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친한동훈(친한)계 세력화를 공고히 하는 한편,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 주요 현안에 있어 보다 주체적인 입장을 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기회에 한 대표가 종속적인 당정 관계를 탈피,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한 대표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당정일치'보다는 '독자성'에 방점을 둔 행보를 하고 있다. 현안 대응에 있어 설득을 통해 대통령실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 당정관계 재정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 대표는 '원외 대표'의 한계 극복을 위해 '원내 친한 세력'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일 취임 후 첫 친한계 회동을 주도한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대응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한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튿날 친한계를 다시 불러모았다.
현재 원내 친한계는 20여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당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에 비하면 소수지만 이들 중 일부만 돌아서도 '김건희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어 특검 정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거대 야당 사이에 끼어 정치적 입지가 불안한 한 대표가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선 친한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친한계 일원인 정성국 의원은 지난 22일 만찬 뒤 취재진과 만나 "한 대표가 자신감이 있다"며 "국민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번개를 하더라도 이렇게 몇 시간 만에 20여명이 모이는 정도가 되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한 대표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날도 한 대표는 김 여사 의혹 해소를 위한 특별감찰관 도입을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의도를 비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대외 활동 중단·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전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며 "우리는 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을 담당하는 차관급 공무원이다.
관련해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아까 처음 들은 사안이다. 해당 절차는 원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한 대표와 거리를 뒀다.
이 밖에도 한 대표는 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도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정부 입장을 무조건 대변하기보다는 의료계의 고충을 청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의 협의체 참여를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매일일보>에 "의료계의 대승적 참여를 이끌어낸 데는 한 대표의 공이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현시점을 계기로 종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당정관계를 재정립하고 '자기 색깔'을 보다 선명히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한 대표가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본격 행보'에 나선다는 의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본지에 "윤 대통령의 인기가 너무 없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차기 대권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독자행보에 나설 좋은 타이밍을 재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변화하고 쇄신하지 못하면 민주당 정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