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인건비 증가 영향… 고정지출 줄여 선택과 집중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국내 게임사들이 장가회되고 있는 불황에 인력 감축·계열사 정리 등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다음달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미 엔씨는 상반기 비개발직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단행했으며 연말까지 전체 인력 중 10%를 정리한다고 결정했다. 다음달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될 △엔씨에이아이(가칭) △스튜디오X(가칭) △스튜디오Y(가칭) △스튜디오Z(가칭) 등 4개 자회사의 분사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올해 신작 난투형 대전 액션게임 ‘배틀크러쉬’를 비롯 미니버스·프로젝트M 등 여러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인력 감축 기조는 엔씨뿐 아니라 게임업계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크래프톤과 넷마블은 물론 데브시스터즈·컴투스·네오위즈 등 지난해 총원 대비 두 자리 이상 인원이 감소됐다.
강도 높은 몸집 줄이기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기화된 게임업계의 업황 부진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했다. 반면 인건비는 게임사의 가장 큰 고정비용으로 디지털전환(DX)·인공지능(AI)으로 인해 개발자들의 몸값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이 인건비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고정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 17곳 중 10곳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게임사들은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 고정지출을 줄여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때 1억원을 상회하던 주요 게임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더불어 비핵심 계열사·프로젝트 정리 등 조직 재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 분할이 결정됐던 엔씨의 신설법인 엔씨큐에이(QA)와 엔씨아이디에스(IDS)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이번에 분할이 결정된 4개의 자회사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스크린골프 사업을 하는 카카오VX, 무선통신기기 사업을 하는 세나테크놀로지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한다. 넷마블도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의 전직원을 권고사직하며 '메타월드' 프로젝트는 폐기하며 법인이 정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도 블록체인 자회사 '플립필드'의 지분 일체를 매각했다.
해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게임 인더스트리 레이오프'에 따르면 2024년 해고된 글로벌 게임업계의 노동자 수는 1만3000명에 이른다. EA는 지난 3월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앤드류 윌슨 EA CEO는 추후 현재 대비 30% 가량의 인원을 감축 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연초 전체 인력 중 530명을 정리한데 이어 32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소니의 비디오 게임 자회사 번지 등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몸값은 높아지고 급격하게 조직 규모가 커졌다”며 “게임사들은 업계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고정지출을 줄이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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