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것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박 앵커는 지난 2월 KBS 단독 대담 녹화 방송 '대통령실을 가다'의 진행을 맡았는데,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조그만 파우치'라고 표현해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이라고 애써 축소한 사람이 KBS 사장이 된다는 것"이라며 "10월 24일은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이 된 날인데 권력이 아부한 자가,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의 사장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앵커가 기자로서 특별한 성과를 낸 것을 제가 들어 본 적이 없다"며 "국민은 지금이 김건희 정권임을 다시 한번 봤다. 이제 KBS는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대행과 이진숙 위원장의 불법적인 2인 체제에서 임명한 무자격 이사들이 불법적으로 사장 후보를 추천한 한 편의 코미디"라며 "박 앵커의 사장 후보 추천은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박민 KBS 사장에게 "박 앵커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파우치라고 해서 논란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사장은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1시간 이상 (윤석열 대통령과) 문답하면서 본인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내가 개입할 부분은 아니고, 다양한 평가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이 위법이라고 판시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며, 따라서 사장 추천 결정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충권 의원은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상습적으로 위원을 탄핵하고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재판부가 이런 행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2인 체제의 방통위 위법성을 지적한 1심 판결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앵커는 현재 KBS 메인뉴스인 'KBS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과거 'KBS 뉴스광장'과 '심야토론', '일요진단' 등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KBS 최초로 '9시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박 앵커는 올해 초 윤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파우치, 조그만 백'이라 표현하며 사안을 축소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