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8만 가구(올해 5만 가구, 내년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공급되는 5만 가구 중 1만 가구를 서울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구체적인 해제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0여 년간 유지됐던 그린벨트 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부터 규제 완화 및 지정 해제가 단행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에 걸쳐 대규모로 해제한 김대중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강조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공급,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등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정책을 내놨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는 역대 정부의 주요 주택공급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렇게 고삐가 풀리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어졌고, 법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계속성을 유지해야 할 제도는 현 정부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그린벨트는 1947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71년 도시계획법에서 처음 지정해 시작됐다. 현재 그린벨트는 수도권 등에 총 5397㎢가 지정돼 있고, 전 국토의 5.4% 규모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 규모는 149.13㎢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가량이다. 지역별로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남구(6.09㎢), 송파구(2.63㎢) 순이다.
이번 해제 대상은 구역 내 훼손이 심해 환경영향평가 3~5등급에 속한 곳들이 거론된다. 통상 3등급 이하는 농지로 이용돼 보전 가치가 낮다고 본다.
서울에서 3등급 이하 그린벨트는 29㎢로 추정되며 3등급 이하는 국토교통부가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직권 해제할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에서만 3.74㎢ 규모 그린벨트가 풀렸다. 이명박 정부는 5.0㎢가,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3개 지역에서 1.36㎢를 풀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에서만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약18㎢의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법적인 그린벨트 지정 목적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주변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보안상 도시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때 지정된다.
그러나 최근 이와 다르게 이용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목적도 아파트값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차원이다.
단순히 눈앞에 놓인 문제점만을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린벨트가 여러 순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주택 부족 해결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는 방편으로 해제하는 것은 당초 지정 목적이나 순기능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그린벨트 해제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에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역대 정부 중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다. 2009년 집값이 소폭 내렸지만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금융위기로 그린벨트 해제와 무관하게 주택 시장이 침체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를 제외하면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 그린벨트를 풀어도 대규모 공급이 쉽지 않고 한꺼번에 해제하기도 어려워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빨라야 5년, 길면 10년 이상 걸려, 당장 집값을 잡기도 어렵다. 특히 서울 주택 수요자가 전국에 걸쳐 있어 그린벨트 해제로 주택 공급이 이뤄져도 오히려 수요가 전국에서 몰려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가 불러오는 문제점도 살펴봐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투기 조장에 의한 시장 혼란이다. 투기꾼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분양가와 시세 차익에 따른 수익 기대로 로또 청약을 조장할 수 있다.
또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 주민들은 개발로 인한 환경 변화와 생활 불편을 겪게 된다. 단기적인 일시 주택공급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등의 비용이 사회 전체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녹지 감소로 도시민들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서울 주택 부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역대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또한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가능하더라도 또다시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일시적인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