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염원인 토지 세액공제, 내수 판매 부진 문제 언급 없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 및 제약산업 관련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정치인들이 업계가 직면한 현안을 정쟁에만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은 지난 23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오는 30일과 31일 진행되는 여성가족위원회와 내달 1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남았지만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복지위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문제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의약품 공급 불안정, 요식업계 위생 상태, 연금 개혁 등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번 국감이 의정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겼으며, 또 정작 기업들이 원하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의정갈등에 대한 정부의 완고한 태도만 재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감에서 통해 의료공백을 해소할 방법이 있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내년 3월이면 지금의 의료대란이 끝나겠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언제 끝나는 걸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수용 못 하는 것은 잘 설명해서 조기에 복귀를 할 수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정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은 여전히 꿈쩍 않는 상태다. 이번 국감에선 전공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 핵심 인물 모두 불참했다. 이에 정치권은 의사들과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추진 중으로, 최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들은 이마저도 부정적으로 바라본 상황이다.
전공의들을 대변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에 "정치인들에게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S대학 전공의는 “전공의들의 요구는 오로지 의대증원 백지화다. 그러나 여야 정치인들은 전공의들의 진짜 요구엔 관심도 없고, 전공의 단체에 접촉했다는 사실만 부풀려 마치 협상 주도권을 잡았다는 듯이 군다. 정치권이 정말 의료공백을 해소할 마음이 있다면, 합심해서 법이라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기업들이 원하는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약국가엔 2년 전 빚어진 가정상비약 공급 부족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방관했다고 성토했다.
이번 국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000여명의 약사들 모두가 최근 6개월간 전문의약품이나 일반의약품의 품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으로 해열진통제 및 가정상비약 수요가 폭증하며 일선 약국에 약품이 품귀를 겪었다.
주요 원인은 제약회사의 생산량 부족인데, 기업은 공급이 부족하다 해서 막무가내로 생산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규제상 복제약(제네릭) 저가 거래가 많아지면 제약사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2년 간 개선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D제약사 관계자는 “국감에서 입아프게 떠들면 뭐하나. 정말 상황 개선에 뜻이 있는 의원이라면 관련 법을 개선하는 노력이라도 했을터지만, 내가 알기론 지난 2년 간 없었다”고 말했다.
진료공백으로 처방전을 써 줄 의사가 감소하면서, 일반의약품 판매량 증가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오히려 일반의약품 전문 제조사들에게 호재인 상황임에도, 정작 올해 상반기 내수 제약사들의 매출은 일제히 하락했다.
또 한창 떠오르는 산업인 바이오 업계의 고충도 정치인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최근 라이벌인 중국 바이오업계가 크게 위축되며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사회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현재의 바이오 산업은 고품질 의약품을 얼마나 대량생산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일본과 인도 소재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비 확장에 나서 중국의 빈자리를 노리는 만큼, 국내서도 토지 및 건축물 세액공제는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가전략기술산업의 세액공제 범위를 기존 설비투자에서 토지와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이 제안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바이오 기업들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정치권에게 꾸준히 요청해왔지만 올해 국감에선 마땅한 언급이 없었다.
S바이오사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가 전략산업으로 지정된 후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를 종종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기술 상장이나 합병 등 중소규모 기업에 최적화 됐다. 지금의 바이오 경제를 만든 의약품 대량 생산 분야는 체감하기 어려운 혜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증축은 국내 소부장 및 건설사, 하청업체도 낙수를 볼 수 있는 산업이다. 대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개념이 아니라,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