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재계의 쓴소리' 로 불리던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이 이번 두산 비리 사건으로 진짜 쓴 맛을 봤다.
박 회장은 그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제상업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박 회장은 노동계는 물론 재계에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재계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박 회장은 올 해 1월 회장으로 취임한 국제상업회의소 총회에서 기업들의 '차떼기' 대선자금 제공에 대해 "차떼기 한 회사들은 그 돈에 '0'을 몇 개 붙여 노력해도 무너진 이미지를 만회하기 힘들다" 며 투명경영을 크게 강조한 바 있다.
노동계에 향해서도 '떼'로 몰려와서 떼를 쓰는 것이 바로 '떼법'이라며 공격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는 '걸레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IMF 당시 알토란 같은 사업을 내놔야 팔리지 다들 별 볼일 없는 기업들을 내놓는다며 "나한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직설화법으로 당시 기업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문어발 경영이 아니라 '지네발 경영'을 해도 괜찮지만 문제는 핵심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지네발론'도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이처럼 자유로운 발언을 일삼는 데는 경기고, 서울대 상대, 미국 뉴욕대 대학원 등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친 전문경영인인데다 그동안 대선자금 등에 연루되지 않는 등 다른 대기업 회장들에 비해 조심해야 할 점이 적다는 데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두산 비리 사건으로 인해 수십 억원 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드러났고, 수천 억 원 대의 회계부정 혐의가 포착되면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박 회장은 더 이상 예전처럼 자유로운(?)언행을 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한상의 회장 사퇴 불가론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박 회장 역시 검찰 수사 이후 말문을 닫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박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았다.
박 회장은 다만 "여러 가지 문제로 죄송합니다.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밝히겠습니다. 모든 것은 검찰에서 말하겠습니다"라는 말만을 했을 뿐이다.
아무튼, Mr. 쓴소리가 이렇게 꼬리를 내린 것에 대해 재계는 과연 환영하는 쪽일까, 아니면 아쉬워하는 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