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전하면서 가끔 결빙위험이라고 계기판에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상 2~3℃에서도 경고하는 것을 보면, 블랙아이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주 똑똑하다. 강원도 지역은 이미 한참 전부터 한겨울이고, 대부분 지역도 혹독한 겨울 날씨를 한차례 이상 경험했다.
노면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성이 커지는 계절이다. 노면이 얼어붙으면 제동거리가 길어진다. 주변에 강이나 호수가 있는 지역은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새벽에는 다른 지역보다 서리가 많이 내리게 되고, 특히나 다리 위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고, 위아래로 부는 바람 때문에 일반도로에 비해 기온이 몇 ℃ 더 낮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영상의 날씨에도 결빙이 가능한 것이다. 본래 블랙아이스란 포트홀 등으로 스며든 물기가 밤새 얼어서 부피가 팽창하면서 기름과 먼지 등과 섞여 검은색이기 때문에 눈에 안 보여 위험한 것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얗거나 투명하게 살얼음이 얼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총칭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하얗거나 투명하니까 블랙아이스가 아니라고 따질 이유가 없다.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시켜 사고를 예방할 수만 있다면 명칭이야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낮에는 상온이면서 밤에만 일시적으로 영하로 떨어져 얼음이 어는 경우도, 일반도로는 아침에 녹아 없어지지만, 다리 위나 터널 전후 그늘진 곳은 몇 시간 더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겨울철 결빙으로 인한 사고의 26%가 아침 6시~10시 사이에 발생한다.
살얼음의 경우에는 노면의 마찰계수가 빙판길과 비슷할 정도로 낮아지면서 제동거리가 5~9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 보통 시속 100km 주행 시 젖은 노면의 제동거리는 50m 내외인데. 문제는 죽기 살기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가 이 정도라는 것이고, 앞차의 제동상황을 보면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 위험하다고 느낀 후에 꽉 밟는다고 가정하면 70m 이상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안전거리를 100m 이상으로 하라는 것이다.
또 제동거리는 주행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속도가 2배가 되면 제동거리가 4배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주행속도를 절반으로 줄이면, 제동거리는 1/4로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결빙의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앞차하고의 거리를 2~3배 멀게 유지하라고 한다.
겨울철 차량 운전은 늘 조심스럽다. 그런데 다중 추돌사고는 눈이 잔뜩 쌓여 있는 한 겨울 보다, 지금과 같이 막 겨울이 시작되거나 이른 봄철과 같은 환절기 새벽에 많이 발생한다. 도로가 얼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안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향으로 늘 그늘져 있는 도로의 경우, 결빙이 빨리 오고 오래 유지된다. 이런 경우에 제동거리는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래서 필자는 장거리 운전하면서 산악지역으로 접어들거나 그늘진 산모퉁이 도로를 이용할 때 전후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서 노면 상태를 체크하는 습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