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글로벌 위상이 날로 높아지던 K-뷰티가 거듭된 악재로 발목이 잡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 내수 부진과 C-뷰티의 물량 공세로 K-뷰티의 힘이 약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뷰티 시장은 더욱 출렁이고 있다.
올해 화장품 수출은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함에 따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보건산업 수출 2024년 동향 및 2025년 전망에 따르면 올해 화장품 산업 수출액은 102억달러(약 1459억원)로 전년대비 20.2%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견·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국가별 수출 순위는 중국이 21억3000만달러로 1위이고, 미국이 15억8000만달러, 일본8억5000만달러 순이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내년 수출 증가세는 주춤하지만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화장품 수출은 전년대비 11.9% 증가한 114억달러로 예상되며, 중국 외 지역에서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수출국 다변화와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별 수입시장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하지만 악재가 겹치면서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에 한 차례 환율이 출렁인 후 12일 대국민 담화 시점에 원-달러 환율은 1431원까지 올라섰다.
환율이 치솟으면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한두개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소기업 인디브랜드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가격으로 수십만원대 백화점 브랜드의 품질을 구현하는 것인데, 환율 급등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디브랜드들은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특히 중요하다. 매출은 크지만 신생 브랜드인 경우 해외에서 계약을 할 때 바이어들로부터 신뢰를 사기가 쉽지 않다. K-뷰티는 국가 이미지와 함께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는데, 계속되는 정국 불안은 기업 신뢰도를 끌어내릴 수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보편적 기본 관세’를 내세웠다. 이는 현대 평균 3%의 관세가 부가되는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K-뷰티가 미국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인기를 끈 것은 무관세 혜택 덕도 있었다. 물류비를 포함해도 관세 낮거나 없어 수출 제품 가격에 부담이 없었는데, 보편적 기본 관세 공약이 현실화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K-컬쳐의 인기로 국내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시점에 국내도 미국도 정치∙사회 상황이 불확실하게 흘러가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글로벌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 국내 상황으로 대응이 늦어지면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밀릴 수도 있다.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