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화업계도 원자잿 가격 상승 우려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 국내 산업계가 탄핵정국 속 고환율의 습격을 받고 있다. 환율 변동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어느 정도 환율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달러·환율이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단행한 배터리 업계는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 투자를 확대했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부채는 3분기 말 기준 6조8284억원이다. 같은 기간 SK온의 달러 부채는 3조4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약 1조원가량 늘었다. 삼성SDI의 경우 3분기 보고서에는 달러 부채 규모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4조4311억원의 채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를 대부분 ‘달러’로 지불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환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하면 2000억원이 넘는 세전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3분기 영업이익(4483억원)의 절반이 환손실인 셈이다.
철강업계도 고환율 리스크 범주에 들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인해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원재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화학업계도 원가 부담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원유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중국의 저가 공세도 업계의 부진을 가속시켰다.
이에 산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우선 배터리업계는 선물환 계약 등 외환 헤지 방파제를 통해 충격에 버틴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는 철강 제품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달러로 유연탄 등 주요 원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고환율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기업들은 정부 지원책 발표를 기다리고 추가 사업 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 지원 논의도 계엄 여파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4월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리스크로 올해 안에 발표될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 방안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