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조경태·윤재옥 등 온건파 중진도 거론되나 2선 후퇴
'원내 발탁' 대원칙 깨고 원희룡 깜짝 발탁 이재명 견제할 수도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국민의힘이 지난 16일 한동훈 지도부가 공식 해체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압도적 열세 국면을 책임질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발탁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당 의원총회와 중진 모임 등을 통해 '원내 비대위원장 선출' 대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5선 안팎 중진 인사가 차기 당 사령탑으로 지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 겸임)는 전날 의총 직후 취재진에 "비대위원장을 외부 또는 내부에서 모실지에 대해 의원들이 숙고하고 수요일(18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듣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없다. 어떤 조건과 평판, 능력을 갖춘 분이 와야 한다 정도만 의견이 오갔다"고 말을 아꼈다.
<매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당 내부에서는 나경원·권영세·윤상현 의원 등 당내 '5선 중진 라인'이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당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정무적 연륜과 체급, 전투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우선 비대위원장 하마평의 중심에 선 '친윤 핵심' 권영세 의원의 경우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간 핵심 당직 인선 시즌이면 끊임없이 '0순위' 후보로 거론된 데다, 당내 신임도 두텁다는 평가다. 탄핵 직격탄을 맞아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 중인 윤 대통령과 여당을 잇는 핵심 채널이기도 하다.
중진 그룹의 또 다른 핵심 멤버인 나 의원은 침체 터널에 접어든 당 상황을 수습하는 데 주력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서울 한강벨트 최대 격전지로 분류된 동작을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수도권 중진'이라는 보수 정당 희귀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과거 대통령실과 일련의 갈등을 빚으며 당대표 후보군에서 밀려나는 등 한때 비윤(비윤석열)계로도 분류됐으나,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국면에서 당 단일대오에 적극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상현 의원 또한 수도권 중진으로, 탄핵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당 인사다.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한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등 꾸준히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도하며 보수 재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윤 의원은 그간 '탈(脫)영남당'을 주장하며 당내 주류와는 다소 거리를 둔 행보로 일관했으나, 이번 탄핵 국면을 맞아 존재감이 급부상한 경우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지명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6선 주호영(국회부의장)·조경태 의원, 4선 윤재옥 의원 등도 거론되나 윤 대통령 탄핵심리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당을 이끌기엔 비교적 온건파인 만큼 제2 후보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특히 조 의원의 경우 앞서 '탄핵 찬성'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친윤이 재집권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밖에 권 원내대표 등 당 중진 인사들은 비대위원장으로 원외 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장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계엄 오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 등 큰 반사이익을 보게 된 상황에서, 2022년 대선 당시 '대장동 1타 강사' 이력을 앞세운 원 전 장관을 내세우며 사법리스크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