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한성항공 항공정비소 동네 카센터 수준도 안돼
국내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취항 두 달도 안돼 안전 상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28일 승객 64명을 태운 한성항공 303편이(기종 ATR72-200)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타이어 2개가 동시에 고장 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성항공 전 부사장이었던 김재준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예견된 인재”였다며 “이번 사고는 단순한 타이어 고장이 아니며 비행기 도입 직후 건의됐던 항공기의 각종 결함 보완을 한우봉 대표가 묵살해 발생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성항공 측은 즉각 “회사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거짓주장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2일 서울 지방 항공청을 방문해 한성 항공의 운항허가 중단을 요구했다. 김씨와 주주대표 3명은 항공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루 속히 운항을 중단시켜야 한다” 고 주장했다.
경영권 갈등으로 비롯된 한성항공의 위기가 이제 고객의 목숨까지 담보로 한 안전불감증으로 번지고 있어 지켜보기 아찔할 뿐이다.
지난 10월 28일의 사고는 착륙 후 계류장으로 이동하던 중 일어났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오후 5시 50분발 청주행 연결편과 이튿날 운항예정에 있던 왕복 4편이 모두 결항됐다.
한성항공은 예비 타이어가 1개밖에 없어 29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타이어를 들여왔지만 한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송을 거부해 타이어 교체가 늦어졌다.
두 항공사는 “타이어 안의 질소가 위험물질이고 부피가 커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한다”며 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항공은 30일 오전 11시 반 타이어를 제주로 옮겨서 교체한 뒤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김재준, ‘한우봉은 사회 악’ 주장
그러나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점이 보인다. 항공당국은 일단 브레이크 과열로 인한 단순 사고로 추정하고 있지만 한성항공의 전 부사장 김재준씨가 31일 청주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은 전혀 다른 사실이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10월 31일 청주시청 기자실에서 '한성항공 안전사고 관련 양심선언문'을 발표하며, “이번에 발생한 타이어 고장은 항공기의 각종 결함 보안을 한우봉이 무시하면서 벌어진 예견된 사고” 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현재 한성항공은 회사자금이 수 천 만원에 불과한 열악한 재정상황인데도 한우봉은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소송비용 약5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해 자금악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항공기 제작자가 안전사고 예방에 필요한 160만 달러 어치의 부품을 갖추도록 권고했지만 자금이 없어 약 40만 달러 치 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씨는 “현 상황이 지속되고 정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또 “지난 8월31일 취항식에 개최됐던 현장에 한성항공의 주주총회는 열리지 않았다”며 “한성항공 한우봉 사장이 주주총회를 열었다고 주장하는 시간에는 취항식 관련 행사에 나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성항공은 “이번 타이어 고장은 사고가 아닌 ‘고장’”이라고 강조하며 “타이어 펑크를 막기 위해 바퀴 안의 안전장치가 작동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가정집에서 누전 등으로 안전차단기가 작동된 것과 같은 원리로 이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안전 상황이고, 오히려 정비가 잘되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또 “정비부품을 갖춰야만 건교부에서 항공운항을 허가해 주기 때문에 부품 부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예비부품은 현재 80만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성항공 정비센터 “동네 카센터 수준?”
한성항공은 지난 9월 취항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경영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어 왔다.
서울지역 여행사 대표들과 항공사 관계자 등 한성항공 초기투자자들 10여명은 9월 6일 한성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대표가 주주명부 열람을 거부하고 불법등기와 증권거래법을 위반하는 등 불법경영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비대위는 한우봉의 회사운영에 문제가 있어 지난 9월 2일 이사회에서 그를 해임하고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으며 한우봉측은 이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이 이미 8월 31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우봉은 비대위의 목적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적대적 M&A라고 반박해 왔다. 이에 비대위는 “오히려 한우봉이 회사를 헐값에 넘기려 하고 있다”며 “이미 대표이사가 아닌 그가 여전히 한성항공 투자자들을 물색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법정에서는 일단 한우봉 입장에 손을 들어 비대위가 신청한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상태다.
그러나 비대위는 항고를 계획 중이어서 갈등은 전혀 봉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김씨가 인터넷을 통해 반성과 참회의 마음을 갖고 용서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은 더욱 커졌다.
김씨는 입사 당시 팀장으로 들어왔지만 이후 투자 및 재무에 관한 부분에 관여를 하면서 한우봉의 신뢰를 받아 부사장으로 임명됐고 한우봉의 오른팔 노릇을 해왔다.
한우봉이 투자유치를 위해 외부 투자가들을 만날 때에도 그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김씨는 지난 10월초까지만 해도 한우봉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주주대표 측과 강한 마찰을 빚어오다 지난 8월경 비대위를 찾아와 그동안의 일을 고백하며 앞으로 한우봉의 비리를 알리고 회사경영을 정상화하는데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2달 후 김씨가 한우봉 사주에 의한 이중스파이 노릇을 했음이 밝혀지면서 한우봉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김씨는 지난 10월 12일 비대위 공모 대표를 찾아와 자신이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음을 밝히고 한우봉의 악행을 폭로하는데 전념하겠다는 완전한 입장 변경을 선언했다.
김씨가 한우봉에게서 돌아선 것은 10월 10일 경 한우봉이 “네가 나 대신 감옥에 가줘야 겠다” 며 김씨를 압박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본지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김씨는 “한우봉에 대해서는 ‘씨’라는 말을 붙이기도 싫을 만큼, 그는 사회 악” 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한우봉의 각종 비리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한성항공의 현재 재정상태는 거의 바닥난 수준이라 부품대금, 급유대금 등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항공권 매출 등으로 직원 월급만 간신히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한우봉은 그동안 정, 재계, 언론계를 아우르는 인맥을 총동원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퍼지는 것을 막아왔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9월 한성항공 본사 소재지인 청주MBC의 한 사회고발 프로에서 한우봉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취재한 사실이 있는데, 당시 한우봉은 자신의 친구인 방송사 고위 간부를 통해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압력을 행사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 관계자에게 이 내용을 문의한 결과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로 인해 애초 방송의 취지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고 설명했지만 김씨와 비대위의 주장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것이다.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한성항공 취재 당시 회사 정비센터를 잠깐 볼 기회가 생겼었는데, 동네 카센터 수준도 안돼는 허술한 곳이었다” 며 한성항공 안전관리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씨는 또한 한우봉이 과거 아시아나 항공에 재직할 당시에도 해결되지 않은 돈 문제가 있었다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시아나 측에 확인한 결과 시드니 지점장으로 재직할 당시 약간의 재정적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정리된 상태라는 답변을 들었다.
한편 김씨는 한성항공 직원채용에 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한성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비행기는 1대에 불과한데, 객실승무원은 총 16명, 조종사는 10명이나 된다며 터무니없이 많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그 이유가 한성항공이 ‘코세아“ 라는 승무원 아카데미에 채용 독점권을 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모종의 로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성항공의 회사 규모에서 조종사 10명은 약간 많은 숫자이지만, 일반적 상황에서 크게 벗어날 만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성항공 측은 ”한성항공은 항공법상 2명의 승무원이 필요하지만, 휴일교대 근무, 교육, 휴가시 대체인원이 필요하고 또 승무원이 홍보활동을 겸하고 있어 비행기 편당 12명의 승무원이 필요한 상황“ 이라고 답했다.
또 현재 16명이 재직 중이고, 2호기 도입시 필요한 인원을 감안해 추가 선발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세아 아카데미와의 결탁 의혹에 대해 코세아 측은 강하게 부인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성항공 관계자는 “코세아 아카데미 대표가 한성항공 주주로 있다”는 얘기를 꺼내며 “여러 이유로 코세아 쪽에 대행을 맡기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성항공은 다른 항공사 승무원과 달리 마술쇼, 홍보 등 기본소양 외에 갖추어야 할 것이 있어 코세아에서 추천을 받아 채용하는 것” 이라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고 덧붙였다.
한성항공 측은 비대위와 김씨가 제기하고 있는 재정상태에 관해서도 “현재 자금 사정이 어려운 점은 있다” 면서도 “그러나 안전운항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고 해명했다.
한성항공 관계자는 “직원들 급여가 밀린 적도 없고, 항공유 사용 대금 지급 역시 문제가 없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우봉이 회사돈 5억원을 유용해 법정 비용에 쓰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한 대표의 민사소송에 한해 회사 자금 2천 만원 정도를 지출했을 뿐” 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타이어 고장이 단순 사건에 불과한 것이든, 김씨의 주장처럼 ‘예견된 사고’든 간에 확실한 것은 승객의 목숨과 직결된 안전문제가 걸린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자동차도 사고 방지를 위해 부품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항공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소한 고장이라도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을 있음에도 부품 확보와, 정비인원, 장비 갖추기에 몰두하기보다 여전한 집안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한성항공의 태도에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저가항공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민간업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최초의 저가 항공사 한성항공, 승객의 목숨을 담보로 한 그들의 불안한 표류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사람들은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