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망 중소기업의 첨단기술을 몰래 빼돌린 이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농기계 핵심부품 제작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H사의 전직 전략영업팀장 이모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H사에서 퇴사하면서 농기계 유압무단변속기 HST (hydro static transmission) 설계도면 1천551장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HST는 유압을 이용해 엔진 동력으로 농기계를 전·후진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H사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3개 업체만 보유한 기술이다.
이 기술 일부는 정부 국책과제로 선정돼 H사가 43억원을 지원받아 개발했다.
기술 중개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이모(구속기소)씨와 오모(구속기소)씨는 이씨가 빼낸 설계도면 가운데 44장을 받아 영업에 사용했으며 이중 13장을 중국 업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로부터 도면을 받은 D사 손모(구속기소) 사장과 김모(구속기소) 연구소장은 독자적으로 HST를 개발·생산하려고 기계 1만7천대를 주문받았다는 허위 발주서류를 만들어 기술신용기금에 제출, 10억7900만원 상당의 보증을 받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D사가 허위 서류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5억원을 모두 회수했다.
한편 검찰은 급여 삭감에 불만을 품고 기계 설계도면을 경쟁사에 넘긴 혐의로 A사 전 연구소장 노모(54)씨와 이를 넘겨받은 혐의로 S사 대표 곽모(55)씨를 구속기소하고 S사 법인을 함께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1년 9월 노씨는 A사에서 퇴사하면서 초고속 자동 접착장치(패스트 폴드·fast fold) 설계도면 6만4842장을 빼돌려 곽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종이상자를 자동으로 접는 이 기계의 제작 기술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신기술'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조사결과 노씨는 업무실적 등 문제로 회사로부터 감봉 조치를 받게 되자 기술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자 범행을 계획하고 S사를 찾아갔다.
이에 곽 대표는 노씨와 취업·연봉 협상을 하고서는 'A사를 퇴사하면서 영업비밀 준수 서약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력관리와 보안시스템이 미흡하고, 기술이 유출되면 회사가 도산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며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거나 신기술을 인증받는 유망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