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국정감사가 마무리 되어감에 따라 여야가 국감평가를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민생안정, 국민안전, 경제활력 등 3대 기조에 따라 실질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짧은 국감 준비기간에도 사이버 검열을 비롯해 관(官)피아 및 군 방산비리 적발 등 정부의 실정을 파헤쳐 야당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자평(自評)하고 있다. 서로가 자신이 잘했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야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어색하기만 하다. 자화자찬이란 말 그대로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이다. 겸손하지 못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과연 국민들도 국정감사란 화폭에 여야가 그린 그림을 멋지다고 평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과 반비례해 지지유보층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여야의 자화자찬에 국민의 시선이 싸늘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자화자찬만 늘어놓는 것은 자신의 허물을 숨겨 혹세무민(惑世誣民)하겠다는 꼼수가 숨어있지 않나 하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혹세무민이란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인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여야가 국민을 기만하려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권력 핵심에 있는 소수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비교적 손쉬웠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정보화 사회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사이버 공간에서 그대로 노출되는 시대인 것이다. 더군다나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정치인의 행보는 그야말로 국민들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감추려고 하면 오히려 감추려고 한 사실까지 드러나고 만다.
매년 실시되는 국정감사이지만 올해는 역대 어느 때보다 많은 672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삼았다. 세월호 이후 국회 무용론이 거세지자 일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운 결과다.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도 역대 최대로 했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국감에 불러내 망신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윽박지르기나 막말과 저속어 사용도 여전했다.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자세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올해 국감도 예년과 비교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국민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다. 국민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애써 외면한 채 자신만이 잘났다고 외치는 것은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그림을 사줄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림을 그린 화가가 직접 나서 자신의 작품이 뛰어나다고 강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내뱉은 말로 평가받기 마련이다. 정직한 마음에서는 짧더라도 부드러운 말이 나온다. 그러나 속이려는 마음에서는 장황한 설명이 덧붙여지더라도 구질구질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하는 말도 다르지 않다. 자화자찬으로 혹세무민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스스로 밝히는 게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잘못을 인정하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데 이를 내칠 정도로 모진 사람은 드물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여당과 야당만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모른다면 정치판을 떠나는 게 맞고,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혹세무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여야가 꼼수 부리고 있는지를 정말 모르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