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서울 심장부 잠실벌 황폐화 시킬 것”
상태바
“제2롯데월드, 서울 심장부 잠실벌 황폐화 시킬 것”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6.02.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연합, 대기업의 무조건적 개발논리의 전형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지하5층 지상112층, 높이 555M, 총 3조원을 투입해 기존 롯데월드 건너편 2만6천여평 부지에 백화점, 호텔 등 복합 초고층 건물을 짓는 사업이 바로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평소 제2롯데월드 건립이 그룹의 평생 숙원사업이라 말해왔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이런 예측을 부인하며 "공개된 사용처 외에는 밝힐 수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그룹 후계자인 신동빈 부회장이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후계구도를 굳히고 아버지 신 회장을 비롯해 그룹 내 신임을 얻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수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근 서울시의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도제한 문제에 있어 공군 측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업계에서조차 사업 수익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롯데가 그토록 염원하는 제2롯데월드 건설의 꿈은 멀기만 하다.

지난 2004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은 생의 꿈이라면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2롯데월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신 회장에게 있어 제2롯데월드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신 회장 평생의 숙원이라 할 만큼 중요한 사업이었음에도 사업을 계획한 지난 94년부터 교통문제, 비행 안전 문제 등을 비롯 숱한 법정 공방까지 부딪히며 난항을 겪어왔다.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이 부지에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었다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냈을 것”이라며 은근히 사업 수익에 의문을 갖는 사람까지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 내에 반드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착공시키겠다“ 고 단언한 이후 사업은 어느 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서울시 교통영향심의위원회 역시 심의를 통과시켜 오랫동안 제2롯데월드 건설의 발목을 잡아온 중요한 문제가 풀린 셈이다.

앞으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구단위변경안(설계변경안)을 확정하고, 송파구청이 최종적으로 건축허가를 내면 롯데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제2롯데월드 건립은 현실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더라도 롯데가 원한 112층 초고층 타워를 짓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

공군의 고도제한 입장 고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반대여론, 또 이런 요인들이 서울시 최종 허가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롯데 측은 36층까지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단 공사를 시작했다.

최종허가까지 ‘산 넘어 산’, 일각 ‘사업성 의문’
공군 ‘고도제한 입장’ 고수, 환경단체 ‘교통지옥’ 반발



이에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송파지역 이세걸 국장은 “롯데는 아직 변경된 안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갈등이 잔존하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시키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고 비난했다.

단국대학교 도시계획과 조명래 교수 또한 “법에 저촉되는 행동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면서 “변경안이 애초에 롯데가 목표하던 바였기 때문에 자칫 서울시의 암묵적인 ‘롯데 봐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탈 많고 말 많은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 <매일일보>은 일부 환경단체와 건축전문가들이 제시한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에 따른 3가지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1. 고도제한 -공군 ‘고도제한 기존입장 굽히지 않아’

현재 건설 추진에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울 성남공항 고도제한을 이유로 한 공군 측의 반대다.

그동안 공군은 제2롯데월드가 성남공항을 오가는 공군의 군용기 항로를 침범해 비행 안전에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제2롯데월드 건립 예정부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질적인 비행안전 구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공군 측은 사고 위험 등의 이유를 들어 비행안전구역 내 대지는 해발 137㎙, 인접대지는 해발 164.5㎙까지로 고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슈퍼타워가 들어서는 지역은 비행안전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군용항공기지법상 저촉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공군이 미 연방항공청(FAA) 기준을 고도제한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난해 FAA에 기술자문을 요청한 결과, 서울공항 계기접근절차 일부를 조정할 경우 항공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만약 위원회가 공군의 주장을 받아들여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서울시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지구단위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는 일이 남아 있어 공군 측과 롯데 측 모두 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공군 측의 고도제한 요구를 위원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공군본부 한 관계자는 “고도제한에 대한 공군의 현재 입장은 이전과 변화가 없다” 면서 “군이 존재하는 이유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군에서는 고도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 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 측에서 FAA 자문 결과를 들어 항공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비행안전절차를 공군에서 바꿔야 가능한 얘기다. 쉽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역시 고도제한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연합 이세걸 국장은 “롯데 측이 112층 건물을 지어도 현재 비행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상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며 “롯데는 마치 고도제한 문제 때문에 사업 추진을 못한다는 식으로 쟁점화시키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세걸 국장은 “그런가 하면 한창 고도제한 문제를 이슈화시키다 어느 순간 쏙 들어가 버리고, 갑자기 성남공항 이전문제가 불거졌다” 면서 “이는 대기업(롯데)의 압력 내지는 로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도제한과 관련한 롯데그룹의 로비의혹은 비단 시민단체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1월 22일 한나라당의 ‘윤상림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은 롯데그룹이 정권실세와 윤씨를 매개로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에 따르면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가 고도제한에 걸려 차질을 빚자 16대 국회 국방위원들을 상대로 집중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으며, 롯데 건설 전 사장이 2004년 11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에게 후원금 300만원을 낸 것이나 윤씨가 이해찬 총리와 골프를 칠 때 롯데에서 경비를 낸 것 모두 로비의 연장선상 이라고 주장했다.

2.교통문제- 환경연합,‘교통영향평가통과, 사업추진 정당성 아니다’

지난해 연말 서울시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2롯데월드의 교통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롯데 측에서 보자면 사업 추진에 가장 큰 난제로 꼽혔던 교통영향평가가 9개월 여 만에 최종 통과되면서 건립에 탄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평가를 통과했다고 해서 교통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잠실역 사거리와 송파대로를 중심으로 일 일대는 출퇴근시간 상습정체를 빚고 있고, 인근 롯데월드와 롯데백화점으로 유동인구가 많이 몰리면서 교통난을 겪고 있다.

또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에 오는 2012년까지 3만9천여 세대가 입주하면서(순수 증가분 7천세대)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교통상황 역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문정역 인근에서는 동남권유통단지와 법조타운이 2008년과 2010년 완공예정으로 활동인구가 각각 12만6천명과 8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서울시가 거여. 마천동 일대를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하면서 이 일대가 재개발 될 것으로 보여, 이를 모두 합하면 7만세대의 주택단지와 32만 여명이 활동하는 엄청난 인구밀집지역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송파구와 교통전문가들은 △송파대로~군부대~거여동~하남시를 잇는 시외곽도로 조기건설과 △송파대로를 거치지 않고 우회 통과할 수 있는 신도시~문정~강남간 도로나 탄천서측도로 신설 △탄천제방도로 확장 △잠실. 강남권 교통완화를 위한 기간도로 재정비 필요성 제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지역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연합 이세걸 국장은 “이런 상황에 교통난을 심각하게 가중시킬 수 있는 초고층 타워가 건립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시민단체의 반대의사를 적극 표명했다.

가락동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을 취재한 결과 역시 심각한 교통문제를 들며 제2롯데월드 건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지역 한 주민은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이곳 사람들은 반대예요” 라며 “지금도 여기는 (롯데)백화점 세일이니 뭐니 하면 도로가 꽉 막히기 일쑨데, 롯데월드까지 들어오면 아마 지옥으로 변할걸요. 진짜 반대예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지금 이 지역에 112층짜리 건물이 가당키나 하나요” 라며 “세상에. 말도 안되죠” 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롯데 측 에서는 대규모 지하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만들어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며 서울시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환승센터란 버스, 택시 등 각종 자동차들이 지하 공간에서 주정차 및 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지하철과도 연계, 대중교통 환승이 지하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곳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발상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환경연합 이세걸 국장은 “현재 있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승센터를 짓거나 한다는 설명은 말이 되지만, 심각한 교통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한 초고층 건물을 지은 다음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환승센터를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주장했다.

이세걸 국장은 또 “더욱이 교통난은 공해, 매연, 소음을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를 불러온다” 면서 “제2롯데월드는 대기업의 무조건적 개발논리의 전형이다” 고 강하게 비난했다.

단국대학교 조명래 교수 또한 “지역간, 지역 내 세세한 부분의 교통 흐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우선 이루어졌어야 한다” 면서 현재의 교통영향평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조명래 교수는 이어 “환경적으로 보더라도 제2롯데월드 건설은 대기, 지하수 흐름의 변화, 일조, 경관 등많은 부분에 있어 잠재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제2롯데월드 수익성 의문 -전문가 ‘롯데, 초고층 타워 지을 어떤 이유도 없다’

신 회장은 유독 제2롯데월드에 집착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확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그룹 홍보실에서는“신 회장은 단순히 제2롯데월드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상징이 될 만한 일종의 ‘랜드마크’를 만들어 싶어했다” 며 “외국(일본)에서 벌어온 돈으로 한국에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소 ‘돈 되는 사업’ 에만 투자하기로 유명한 신 회장이 단순히 이런 이유로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소위 제2롯데월드를 통해 그룹의 ‘역량’을 과시하고,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세우려는 계획” 이라고 판단한다.

또 이곳에 새로이 들어서는 백화점,호텔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도대체 롯데가 왜 이 지역에 112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야만 하는 지 타당성이 없다” 고 입을 모은다.

환경연합의 이세걸 국장은 “제2롯데월드를 짓고 안 짓고의 차이가 무엇이냐” 고 반문한 뒤 “롯데가 굳이 하지 않아도 정부와 서울시 차원의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51922;는 롯데의 이런 사업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 또한 “잠실지역에 112층 건물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전혀 없었다” 며 “단순히 이유가 있다면 ‘그저 롯데 소유의 땅’이라는 것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의 합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곳에 11층 건물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 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 일각에서도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 사업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가 최종적으로 제출한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잠실 제2 롯데월드에는 300개의 객실을 갖춘 6성(星)급 호텔과 일반 사무실 등이 들어서는 112층짜리 슈퍼타워(가칭), 또 인근에는 복합쇼핑센터가 세워지게 된다.

당초 계획했던 실내 테마파크는 교통난 등의 우려 때문에 제외됐다.

하지만 이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과연 ‘돈 벌이’가 될지는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호텔객실 수도 당초 계획(700실)의 절반 아래로 줄었고, 사무실 임대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며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완공된 세계 최고층 빌딩 타이베이금융센터(101층)도 높은 임대료와 안전 등의 문제로 입주자들이 난색을 표한 일이 있다.

그룹 내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 관계자 또한 이런 문제점을 예로 들며 “임대료 등을 포함한 사업 수익성이 현재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고 설명했다.

정확한 이유야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제2롯데월드 건립이 신 회장 평생의 ‘꿈’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꿈’이 과연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꿈’으로 끝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email protected]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