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원내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7일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비박(非朴)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인하기 위해 열려고 했던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친박(親朴)의 불참으로 무산된 지 3일만이다. 연석회의에서는 불발된 비대위와 혁신위 인선 문제,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갈등 수습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새누리당은 침몰 위기에 놓여 있는 난파선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돌파할 리더십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파동과 관련해 친박은 정 원내대표가 비박 위주로 비대위 인선을 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4·13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의원 수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권도 내주지 않겠다는 속내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4·13총선에서 나타난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보다.
이런 행동은 비박에게 차라리 당을 나가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 공천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을 내칠 때와 판박이다. 당시 이한구 공천심사위원장 등 친박계는 내 손에 피를 묻히기 싫으니 알아서 탈당하라며 공천 마지막 날까지 버텼다. 그 결과가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은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친박은 또다시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친박은 시중에서 ‘옹졸한 친박’이라는 의미의 ‘옹박’과 ‘졸렬한 친박’이라는 ‘졸박’이라는 조롱 섞인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친박의 이러한 행태는 앞으로 남은 박근혜 정부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친박은 당내에서 다수지만 전체 의석에서는 소수이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국은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잠룡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사실상 이미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 레임덕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임기가 1년 9개월 넘게 남은 대통령을, 그것도 자신들이 만들어낸 대통령을 레임덕으로 몰아넣는 게 친박의 향후 행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정 원내대표가 연석회의를 통해 어떤 수습 방안을 내놓을지 알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민심은 떠나갈 것이다. 이는 곧 공멸의 길을 의미한다. 정당은 권력을 잡기 위해 존재하지만 권력 자체에만 집착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 당시 집권여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않는다면 친박 앞에는 준엄한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