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명회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를 앞두고 전 세계의 눈이 유럽으로 쏠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재닛 엘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서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는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 안정성에 상당한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엘런 의장은 지난주 금리를 동결한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브렉시트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과 EU국가들에 대한 수출 감소로 이어지며 국내 경제 역시 악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기업이익은 각각 0.4%포인트, 3.5%포인트 감소하고 원/달러 환율도 연말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 증시는 유럽계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깊은 조정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글로벌 증시가 일거에 10%이상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가 불안해지면 한국 주식을 매수했던 이들 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영국계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보유한 매수 포지션은 36조5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주식의 8.4%에 달한다.
유럽 전체로 보면 그 규모는 더 크다.
지난 1992년 영국이 EU 통화동맹에서 탈퇴했을 당시 유럽계 자금이 3~4개월에 걸쳐 국내 증시에서 6조8000억원 가량 빠졌던 사례가 있다.
결국 증시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증시상황을 보면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26조1809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거나 주식을 매각한 다음 찾아가지 않은 돈이다. 증시에 남은 대기자금으로 향후 주식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은 돈인 것.
대표적 단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도 지난 16일 120조원을 돌파하며 연중최고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볼 때 많은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브랙시트 반대파 하원의원인 조 콕스 의원이 피살되고 브랙시트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오히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의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영국이 EU에 잔류를 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향후 브렉시트에 대한 논란이 재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
게다가 잔류한다고 해도 영국은 물론 유럽 전반에 균열이 많이 간 상황이라 정치적·사회적 불안이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또 미국의 긴축 우려나 중국의 성장둔화 등을 생각해야한다.
브렉시트 투표결과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결정되기는 하겠지만 투자자들은 항상 이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