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위기에 봉착했다. 폭스바겐 사태의 불똥이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사진)에게 튀면서 신차 출시 등 경영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동훈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사장은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서 유로5 차량의 배기가스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국내에서 차량을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의 한국법인인 폭스바겐코리아가 설립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사장을 맡아 차량 수입·판매를 총괄한 바 있다.
검찰 조사에서 박 사장은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 사장이 이 문제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박 전 사장은 부품 및 소프트웨어 변경 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고 연비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업계에선 박 사장이 8년간 폭스바겐을 진두지휘 했다는 점에서 디젤 게이트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 사장이 만일 구속된다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은 당장 9월 출시 예정인 전략차종 모델인 ‘QM6’(르노 콜레오스) 론칭이 계획돼 있다. 또한 올 하반기 내지 내년 초 ‘SM4’(르노 메간)를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황이다.
특히 내수시장 판매와 향후 수출 물량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노사의 임단협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박 사장의 교체설까지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박 사장 구속 여부는 8월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한편, 지난 3월 르노삼성차 최초의 한국인 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박 사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 익숙하고 수입차 업계 경력이 탁월해 르노삼성의 수장으로서 최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실제 QM3에 이어 SM6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