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방향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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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방향 의미는?
  • 허영주 기자
  • 승인 2010.08.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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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부가 10여년 이상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전력산업구조 개편안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지식경제부는 이번 전력산업구조 개편방안에 대해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 및 공기업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력산업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경부는 "전력산업이 국민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만큼 공급 안정성은 유지하되 경쟁·효율·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아울러 공기업 재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하여 현행 전력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운영상 효율성을 제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발전5사→시장형공기업 전환…힘 빠진 '맏형' 한전

전력산업의 '맏형'으로서 몸집불리기에 나선 한전의 '숙원사업'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한전이 통합에 따른 효율성과 시너지효과를 내세워 직간접적으로 주장해 온 한수원 및 한국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 등 화력발전 5개사의 통폐합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지경부는 오히려 한수원과 화력발전 5개사를 현행 기타공공기관에서 '시장형공기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전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고 발전회사의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몸집을 불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길 원했던 한전에 '슬림화'를 통한 체질개선을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또 발전5개사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보장해주는 대신 시장형공기업으로 전환키로 하고, 발전사간 경쟁촉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는 발전회사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독립공기업화 또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 KDI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KDI는 규모의 경제 실현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감안해 화력발전회사 수를 화력 3개사로 통폐하거나 현행 5개사 체제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었다.

만약 화력발전 3개사 체제로 전환했을 경우, 자원개발·연료도입과 발전소운영,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성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 연료수송·재고관리, 기자재구매, 건설인력의 운영 및 전문성, 핵심 R&D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화력발전 5개사를 유지한 것은 화력발전 3개사 체제 하에서의 경쟁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쟁의 활성화를 위해 현행 체제를 고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처럼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한수원·화력5사가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경영계약·평가주체는 한전에서 정부로 변경된다.

한전사장과 발전회사 사장간 경영계약체결이 지경부 장관과 발전회사 사장으로 바뀌고, 경영평가도 한전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단으로 변경된다. 또 한전 사장이 행사하던 임원 임명권 역시 사장·감사는 대통령이, 비상임이사는 기재부장관이 각각 임명하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의 경영평가로 인한 발전회사간 경쟁 제약이 해소되고, 경영자율성·책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수출 역할 조정…한전이 주도권 쥘 듯

지경부가 이번 전력산업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원전수출 체계 조정이었다. 이는 한전과 한수원의 재통합과 연계된 민감한 논쟁거리였다.

지난해 말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향후 원전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으로 육성중인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현행 한전-한수원 분리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대신 원전수출 기능강화를 위해 한전의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한전은 원전수출업무 총괄 및 조정체계를 강화할 수 있어 '실속'을 차린 셈이다.

정부의 개편안에 따라 우선 한전의 해외사업 조직을 재편해 원전수출본부를 신설한다. 원전수출본부는 해외원전개발처, UAE사업단, 중점국가 수출 TF로 구성하고 부사장이 관할하게 된다.

또한 한전을 중심으로 원전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원전수출협의회가 구성된다. 이 협의회는 한전 사장을 비롯해 한수원·한국전력기술·한전KPS·두산중공업·시공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한전측이 원전수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수원을 흡수함으로써 두 기관의 중복된 기능을 보다 효율화하고 새로운 조직개편을 통해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KDI 역시 원전수출역량 강화의 측면에서 한전·한수원 통합은 바람직한 것으로 제시했었다.

한수원 통합에 따라 해외 원전사업과 관련된 불필요한 중복기능에 따른 비용을 제거할 수 있고 서로 강점을 살린 역할조정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주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에서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한전과 한수원 통합은 경쟁체제를 강화키로 모은 이번 개편안의 핵심 줄기와 어긋나기 때문에 일부 수출업무 기능을 조정하는 선에서 원전수출 체계를 조정했다.

특히 한전이 한수원을 통합할 경우, 당초 정부정책의 신뢰성 훼손은 물론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 지역주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마련이 쉽지 않아 대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향후 방폐장, 원전 건설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정부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한전과 한수원을 분리키로 함에 따라 원전업계에서 제기한 원전 R&D체계 일원화 및 인력운영의 효율화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방향 발표는 지난 2004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중단 이후 수년간 지속되어온 소모적 논쟁과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앞으로 전력산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제휴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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